"죽으면 내 재산은 어떡하지"…그래서 돈 몰리는 '이 통장'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노후 자산관리의 중심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단순히 자산을 많이 모으는 것을 넘어, 치매 등으로 인지기능이 떨어진 이후에도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사후에는 원하는 방식대로 물려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흐름의 중심에 있는 상품이 바로 유언대용신탁과 치매안심신탁입니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이 생전에 은행과 신탁 계약을 맺어 자산을 관리하고, 사후에는 미리 정한 방식에 따라 상속이 이뤄지도록 하는 상품입니다. 일반 유언장과 달리 금융기관이 계약 내용을 집행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고, 상속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5조 5,926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들어 5개월 만에 1조 원 넘게 불어난 규모입니다. 2020년 말 9천억 원대였던 잔액은 2021년 1조 원대, 2022년 2조 원대, 2023년 3조 원대를 거쳐 지난해 말 4조 5천억 원까지 늘었고, 올해는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졌습니다.
배경에는 급증하는 이른바 ‘치매머니’가 있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고령 치매환자가 보유한 치매머니는 지난해 기준 172조 원으로 추산됩니다. 이 규모는 2050년 488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치매와 인지기능 저하에 대비해 건강할 때 미리 자산관리 방식을 정해두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겁니다.
은행권도 시장 선점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과거 유언대용신탁은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가입 문턱을 낮추며 대중화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KB국민은행은 가입 연령을 만 40세까지 낮추고 최소 가입금액을 1천만 원으로 낮춘 간편형 유언대용신탁을 내놨고, 우리은행은 최저 가입금액을 100만 원까지 낮춘 초간편형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했습니다. NH농협은행도 최소 가입금액 500만 원 수준의 상품과 의료비안심신탁 등을 선보이며 시니어 고객 확보에 나섰습니다. 신한은행은 유언대용신탁과 치매안심신탁을 앞세워 시니어 자산관리 전문은행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은행권은 앞으로 금융자산뿐 아니라 부동산 관리와 처분, 상속까지 아우르는 종합재산신탁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산을 많이 모으는 것만큼, 판단 능력이 약해진 이후에도 자신의 뜻대로 자산을 지키고 남길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 초고령사회 자산관리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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