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증권사 랩 최대 70% 배상하라는데…'손해액' 동상이몽 왜? [취재여담]

SBS Biz 윤지혜
입력2026.07.02 16:23
수정2026.07.02 17:06


금융감독원이 채권형 랩 상품 운용 과정에서 만기 미스매칭 전략 등으로 고객에게 손실을 전가했다며 증권사에 대해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자본시장법상 투자일임업자의 선관주의·충실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한 최초의 조정 결정으로, 자본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투자 손실을 어느 관점에서 볼 것인가를 두고 금감원과 업계 간 뚜렷한 시각 차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늘(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NH투자증권의 선관주의 및 충실의무 위반을 인정해 손해액의 60∼7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습니다. 

이번 분쟁은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시중금리가 급등하며 채권·CP 가격이 급락하자 채권형 랩 상품에서도 투자손실이 발생한 데서 발생했습니다. 일부 증권사는 자체배상을 했지만 배상 금액을 두고 민사소송이나 분쟁조정 신청이 지속됐습니다. 

당시 분쟁과 손해배상 절차에 돌입한 증권사는 총 9개사에 달하며, 이에 따라 분조위에 안건이 올라간 증권사 중 NH투자가 첫 대상이 됐습니다. 분쟁조정안은 신청인과 증권사 양 당사자가 조정안을 제시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수락해야 성립됩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감원 결정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NH투자 관련해 분쟁신청을 한 고객의 사례를 보면 해당 상품은 고객이 800억원을 투자했으며 계약 당시 목표수익률은 4.3%였습니다. NH투자는 이미 고객에게 원금 전액을 돌려줬기 때문에 금감원이 기준으로 삼은 '손해액'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금감원은 해당 고객이 NH투자의 상품에 투자하지 않고 다른 곳에 자금을 운용했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기회비용, 즉 기회손실에 대한 금액을 간주한다면 증권사가 원금 외에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번에 배상하라고 한 금액은 투자금 대비 목표수익률에 해당하는 금액의 70%였습니다.

금감원은 이번 NH투자에 대한 조정 결정을 내리면서 과거 한국투자증권의 1심 판결을 주요 근거로 삼았습니다. 다만 해당 사건의 경우 현재 1심 판결 이후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이번달 항소심 변론기일이 잡혀있는 상태로, 법원의 최종 판단은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민사 법정에서는 어디까지를 실질적인 손해 범위로 인정할 것인가를 두고 고객과 증권사 간의 희비가 엇갈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최근 신도리코가 한국투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인용해 약 40억4천만 원의 배상하라고 했습니다. 법원이 증권사의 의무 위반을 인정한 결정적 논거는 만기 미스매칭 미고지와 부적절한 고가 매입이었습니다.

법원은 한국투자가 장부가로 CP를 고가 매입한 것을 두고 수익자의 최상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사 연계·교체 거래를 위한 것이었다고 판단했으며 금융상품제안서에 만기 불일치 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습니다.

반면 원금 자체는 보전했거나 기수익금이 컸던 MG손해보험의 사례는 달랐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민사부는 지난해 9월 11일 MG손해보험이 한국투자와 교보증권을 상대로 낸 소송을 전부 기각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선 금감원의 조정 결과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자가 결정한 투자이고 그에 대해 직접적인 손실이 일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관주의와 충실의무에 대한 시각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 SBS Medianet & SBS I&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윤지혜다른기사
금감원, 13일 운용사 소집…ETF 의결권·레버리지 대책 논의될 듯
증권사 랩 최대 70% 배상하라는데…'손해액' 동상이몽 왜? [취재여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