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월가 PB..."MZ 상속자, 부모와 완전히 다른 투자 성향"
SBS Biz 김종윤
입력2026.06.30 15:41
수정2026.06.30 15:44
베이비부머 세대가 축적한 천문학적인 자산이 Z세대와 밀레니얼 등 젊은 상속인들에게 상속되는 이른바 '대규모 부의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오랜 기간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던 월가의 전통적인 자산관리(WM) 및 프라이빗 뱅킹(PB) 업계가 생존을 건 전면적 체질 개선 압박에 직면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30일 보도했습니다.
부모 세대가 거래했던 금융사에 충성심을 느끼지 못하는 젊은 세대 부호들이 기존 자산관리 체제를 이탈해 암호화폐와 비상장 테크 기업으로 자금을 대거 이동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FT는 '대규모 부의 이전이 월가를 흔드는 방식' 제하 기사에서 "미국만 오는 2048년까지 무려 60조 달러(약 9경3천조 원) 규모의 자산이 세대교체를 이룰 전망"이라며 "이 과정에서 대형 은행들이 수십 년간 공들여온 부유층 고객과의 인간적 유대 관계가 한순간에 붕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사 캡제미니에 따르면, 대형 은행들은 2022년부터 2025년 사이 젊은 고객층의 이탈로 인해 무려 1조5천억 달러에 달하는 관리자산(AUA)을 신생 테크 기반 경쟁사들에 빼앗긴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이러한 자금 이동은 투자 자산에 대한 극단적인 시각 차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는데,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가문 투자자의 절반에 가까운 49%가 암호화폐를 보유하는 반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보유율은 6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일부 자산가들은 상속 자산이 가상자산에 유입되지 못하도록 명시적 제한을 두기도 하지만, 자녀 세대들은 자산 다변화를 이유로 크립토 시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형 자산운용사와 은행들도 행동하기 시작했는데, 모건스탠리 자산관리는 이달 크립토 전문 운용사 갤럭시 디지털과 제휴하고 자산가 고객들이 가상자산을 갤럭시 측에 대여하는 대가로 가상자산에 노출되는 ETP(상장상품)주식을 받도록 조치했고, JP모건 체이스도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연동해 은행 계좌와 디지털 지갑을 다이렉트로 연결하는 금융 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
밀레니얼 상속인들은 정통적 '주식 60 대 채권 40'의 자산 배분 문법에도 미온적 반응을 보인다는 분석도 있는데, 젊은 투자자들은 인공지능(AI) 붐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데 큰 관심을 보이며 현재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방법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자산가 조사에 따르면 21~45세 초고액 자산가중 90%가 사모펀드(PE)나 비상장 주식, 부동산 등 대체 자산 비중 확대를 원했고, 부모 세대(15%)와 확연히 대조되는 수치 입니다.
고객층의 세대교체는 월가 PB 조직 인사에도 영향을 주는데, 젊은 층들은 자신들과 연령대나 성향이 비슷하고 생각의 결이 같은 조언자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한 자산가 가문의 자녀들이 "고리타분한 옛날 방식의 자산관리를 수용할 수 없다"며 부모세대와 수십 년을 함께 한 노년의 매니저를 교체해 달라고 요구해 해당 은행이 베테랑 PB 팀장을 하룻밤 사이에 보직 해임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자산가 가문의 이탈을 막기위해 은행권은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노력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냉소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임원은 "상속인들은 은행의 브랜드가 아닌, 편리한 사용자 경험(UX)과 낮은 수수료를 제공하는 레볼루트(Revolut)나 웰스프런트 같은 네오뱅크 앱으로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전통 금융사들이 그들의 문화적 코드를 따라잡는 것은 '바보의 심부름'에 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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