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대규모 세무조사…중앙회장 겨냥 지배구조 개혁 압박
SBS Biz 오수영
입력2026.06.29 19:11
수정2026.06.29 19:11
[뇌물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4일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세청이 농협중앙회를 상대로 착수한 비정기(특별) 세무조사는 그 규모와 시점을 놓고 단순한 세무 검증 차원을 넘어 지도부와 기관 개혁을 겨냥한 전방위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오늘(29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사에 들이닥친 조사 요원만 130여명에 달했습니다.
조사는 약 5개월간 계속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산 수십조원대의 대기업 세무조사에서도 보기 드문 대규모 인력이 일시에 투입되면서 농협 내부는 긴장감 속에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대규모 세무조사 소식에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는 온종일 무거운 침묵과 긴장감에 휩싸였습니다.
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뒤숭숭한 분위기 그 자체"라고 전했습니다.
조사를 주도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세무 공무원들 사이에서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핵심 부서입니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일반 세무조사와 달리 조사4국은 탈세 의혹, 비자금 조성, 배임·횡령, 내부 일감 몰아주기 등 구체적인 조세범칙 혐의나 비리 정황이 포착됐을 때만 국세청장의 특별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부서입니다.
중앙회가 지난 2023년 11월 정기 세무조사를 마친 지 3년도 되지 않아 다시 세무조사 대상이 된 점, 유례없는 대규모 인력이 동원된 점은 국세청이 이미 농협 수뇌부의 자금 흐름과 관련해 상당한 수준의 구체적 혐의점을 확보했음을 시사합니다.
세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여태 들어본 적도 없는 숫자"라며 "사실상 조사4국의 다른 업무를 거의 마비시키다시피 하면서 농협 한 곳에 올인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특별세무조사의 핵심 과녁은 강호동 중앙회장과 그 측근들이라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국세청은 강 회장이 선거 전후로 계열사 거래업체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와, 취임 후 청탁금지법을 위반해 황금열쇠 등 고가의 선물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자금의 출처와 흐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정부 합동 특별감사반이 지난 3월 적발해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한 위법 행위 14건과 국세청의 이번 조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아울러 세간의 이목은 이번 세무조사가 단행된 시점에 쏠립니다.
현재 국회와 정부는 농협법(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의 세부 시행령 입법예고를 마치고, 막바지 제도 정비에 한창입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농협의 자율성 방임에 의한 비리와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외부에 독립된 농협감사위원회 설치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협은 독립된 외부 감사위 설치가 농협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침해한다며 정부의 개혁안에 대해 반발하거나 이견을 제기해왔습니다.
이처럼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지배구조 개편과 감사 권한을 두고 팽팽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던 시점에 국세청 최고의 칼날인 조사4국이 전격 투입된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농협의 카르텔을 깨부수기 위해 세무조사라는 가장 강력한 사정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며 "수뇌부의 비리 혐의를 압박함으로써 농협법 개정과 감사위원회 설치 등 지배구조 개혁안을 저항 없이 관철하려는 고도의 포석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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