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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모의 시대, 스페이스X가 남긴 박탈감 [시장 엿보기]

SBS Biz 신현상
입력2026.06.16 09:53
수정2026.06.16 10:31

[주식 열풍 (PG) (사진=연합뉴스)]

주식 얘기를 하다 보면 요즘도 꼭 빠지지 않는 주제가 있습니다.


"삼성전자 10만원할 때 살 걸 그랬어"
"SK하이닉스가 200만원이 넘을 줄 누가 알았어"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들 중 상당수가 실제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저 사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마치 돈을 잃은 사람처럼 아쉬워합니다.
투자자들이 느끼는 후회는 손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놓쳐버린 기회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만 해도 삼성전자에는 회의적인 전망이 적지 않았고, SK하이닉스 역시 너무 많이 올랐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미친 듯이 오르고 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습니다.
"그때 살 걸"
아마 투자자들이 가장 자주 하는 후회일 것입니다.

최근 스페이스X 공모 청약 사태는 이런 감정의 집약판으로 보입니다. 
국내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 IPO에 참여하기 위해 수천억원의 돈을 맡겼습니다.
청약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에게 돌아간 주식은 단 한 주도 없었습니다.

물론 국내 청약을 주관한 미래에셋증권도 잘못 대처한 부분이 있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투자 기회가 국내에도 열렸다고 받아들였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의 분노와 허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은 돈을 잃은 것이 아니라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입니다.
돈을 잃은 사람은 없습니다.
원금 손실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렇게 아쉬워할까요.
스페이스X가 상장 이틀만에 40%나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공모주를 배정받았다면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는데 말이죠.

사실 투자자들을 가장 아쉽게 하는 부분은 수익을 놓친 것이 아닐 겁니다. 
아마도 돈보다 기회를 놓쳤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앞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사례를 직접 눈으로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투자자들의 가장 큰 적은 손실이었습니다. 
주가가 떨어질까 걱정했고 원금이 줄어들까 불안해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장을 상대하는 감정은 조금 달라 보입니다. 
손실보다 소외를 더 두려워합니다.

나만 삼성전자를 못 샀다는 불안.
나만 SK하이닉스를 놓쳤다는 후회.
그리고 이제는 스페이스X를 살 수 있었는데 못 샀다는 박탈감까지.
이른바 포모(FOMO), 소외될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생각해 보면 삼성전자를 놓친 투자자들과 스페이스X 청약에 몰린 투자자들의 심리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둘 다 '그때 샀어야 했는데'라는 후회에서 출발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보며 AI 수혜를 놓쳤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스페이스X 청약에 참여했던 투자자들 역시 비슷한 마음이었을 겁니다.
"또 하나의 대박 종목을 놓친 것 아닐까"
어쩌면 그것이 가장 솔직한 심정일지도 모릅니다.

스페이스X 청약 열풍도 결국 같은 맥락입니다.
투자자들이 사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공모주가 아니었습니다.
언젠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가능성이었습니다.
그래서 배정을 한 주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더 크게 화가 났을 겁니다.
그래서 한국 패싱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던지는 더 근본적인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왜 손실이 없는데도 우리는 이토록 큰 박탈감을 느끼는지.
왜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만으로도 돈을 잃은 것처럼 괴로워하는지.

이번 스페이스X 공모주 배정 논란은 한 가지 사실을 보여줍니다.
포모의 시대.
오늘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손실이 아니라 놓쳐버린 기회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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