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로 촉발된 주식 공급초과...뉴욕증시 빠질까? 물량 받아낼까?
SBS Biz 김종윤
입력2026.06.15 14:14
수정2026.06.15 15:38
[스페이스X의 IPO를 축하하는 회사 임직원들 (로이터=연합뉴스)]
스페이스X의 증시 입성에 이어 앤트로픽과 오픈AI의 메가 기업공개(IPO)가 대기하면서 미국 주식 시장이 20년 넘게 지속된 '주식 공급 부족' 상태를 벗어날 전망입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넘치는 물량을 감당 못해 증시 침체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과 AI 선도 종목 등을 기다렸던 투자 수요가 탄탄했던 만큼 공급 물량도 점차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예측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15일 "미국 증시가 지금 닷컴버블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공급 확대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향후 2년 동안 IPO, 유상증자, 기타 주식 매각 등을 통해 미국 증시에 추가될 물량이 1조5천억달러(약 2천26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 수치는 자사주 매입으로 줄어드는 물량까지 반영한 것입니다.
이 추정치가 현실화하면 미국 주식 시장이 1990년대 후반 이후 최대 '순 공급'을 맞게 됩니다.
지난 20여년 동안 미국 주식시장은 막대한 자사주 매입과 상장폐지로 투자자들이 살 만한 주식이 줄어드는 '품귀' 현상이 대세를 이뤘습니다.
이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편입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시장에서 회수한 규모만 무려 12조달러(약 1경8천240조원)에 달합니다.
이번 공급량 확대를 이끈 주역은 AI 등 혁신기술 '스타' 기업들로서, 일론 머스크의 항공우주·AI 업체 스페이스X는 12일 상장 첫날 종가 기준 2조달러를 넘는 시가총액으로 증시에 입성했으며, 현재 기업가치가 1조달러에 육박하는 양대 AI 모델 개발사 앤트로픽과 오픈AI도 IPO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구글, 메타플랫폼스(메타), 오라클은 막대한 AI 투자 자금을 충당하려 자사주 매입을 축소하고 유상증자에 나설 계획입니다.
과거 빅테크들은 사내 유보금이나 채권 발행으로 투자 '실탄'을 마련했지만, 이번 AI에 대한 막대한 투자에 나서면서 자금 조달처를 증시로 옮기는 '주식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습니다.
반면 시장에서는 공급량 증대가 증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은데, 과거 미국 상장사들이 주주환원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상승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는데, 역학이 바뀌며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식 시장이 쏟아지는 추가 물량을 소화 못하는 '수요 부족'은 문제인데, 지수형 펀드 매수세와 개인투자자 열기로 지탱되던 미 증시가 성장 한계를 겪어 휘청일 수 있다는 비관적 관측도 제기됩니다.
스페이스X, 오픈AI, 엔트로픽 등 3대 IPO '대어' 종목이 상장 초기 극히 일부 지분만 유통하는 구조를 가진 것도 우려 요인 입니다.
스페이스X는 이번 IPO 공모발행 물량이 5%를 넘지 않는데, 통상 공모 물량인 15∼20%를 크게 밑도는데, 오픈AI와 엔트로픽도 이와 비슷한 전략을 택할 계획입니다.
나중에 보호예수에 묶인 물량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리면 공급 물량 압력이 빠르게 커질 전망입니다.
시장분석업체 네드 데이비스 추산에 따르면 이들 3사의 기업가치는 3조달러에 달하며, 이 중 일부만 공모 시장에 풀려도 S&P 500 기업의 1년 치 자사주 매입 효과를 통째로 상쇄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BCA 리서치 노아 와이스버거 전략가는 과거 대형 IPO가 단행되면 증시 성장이 정체되거나 역성장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초대형 IPO가 무더기로 대기하는 사실 자체가 지금 시장의 우려 요인이며, 증시 전반에 상당한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기 수요는 탄탄하다며 증시 하락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물량 증가는 시장의 '리스크'(위험 요인)에 불과하고 기업들의 펀더멘털(실적)이 뒷받침하는 만큼 이번 국면을 증시가 격변하는 계기로 보는 것은 과도한 우려라는 겁니다.
시장에서 주목받는 스페이스X 등에 억눌렸던 수요가 매우 높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해당 기업들은 비상장 시장에서 몸값을 크게 높인 곳으로, 주식을 살래야 살 수 없었던 공모 투자자들의 대기 수요가 실질적으로 깊게 형성돼 물량 소화의 버팀목이 된다는 것입니다.
사모펀드 테세라 찬 안 설립자는 "현재 엄청난 규모의 투자 수요가 대기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 수요가 당장은 꽁꽁 묶여 있던 투자 접근성의 희소성이 빚어낸 결과로 읽힌다"고 짚었습니다.
주식 공급 주체들이 비중이 늘어난 개인 투자자들을 주 공략층으로 삼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인데,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분석에 따르면 미 증시 전체 거래량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분의 1로, 2010년 대비 배로 늘었습니다.
스페이스X는 최근 IPO 물량 중 이례적으로 높은 20%를 개인 투자자 몫으로 배정했는데,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개인 투자 열풍을 적시에 활용한다는 평가와 투자은행 등 기관투자자보다 훨씬 설득이 쉬운 개미들을 상대로 손쉬운 영업을 한다는 비판이 엇갈립니다.
블룸버그는 역사적으로 대규모 주식 발행은 큰 투자 붐을 따라 등장했다면서 철도, 운하, 통신망 구축기에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했고, 기업들이 자본을 확충하고자 공격적으로 주식을 유통했다는 것입니다.
시장자문업체 '엔진 AI 앤 인베스타'의 로버트 버클랜드 수석 고문은 현재 AI 열풍이 역사적 패턴에 부합한다고 진단하면서도 "현 강세장이 지금껏 인플레이션, 전쟁, 신용 경색 속에서도 굳건히 버텨 왔는데, 이번 주식 발행 홍수는 이 흐름에서는 분명 우려 신호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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