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 배상 기준 만든다…옥시·SK케미칼 '긴장'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10일 관가와 업계에 따르면, 국무조정실·기후에너지환경부·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지난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 시행에 맞춘 배상 심의 기준 연구용역을 발주했습니다.
기후부가 이달 초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다음달 13일까지 입법 예고하며 관계 법령 정비에 나선 것에 대한 후속 조치로 풀이됩니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용역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긴급입찰' 방식입니다. 통상 40일인 공고 기간을 10일로 단축하며 손해배상 기준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이 오는 10월 8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발주 기관도 긴급입찰 사유서를 통해 "법 시행에 맞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차질없는 배상이행을 위한 심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명시했습니다.
연구용역의 핵심은 피해 유형별 표준 손해액과 배상금 산정 기준표·계산식을 도출하는 것입니다.
세월호·이태원 참사, 일본 미나마타 사례 등 국내외 배보상 체계를 참고해 소극적 손해(일실수익)·적극적 손해(치료비 등)·위자료를 망라한 기준을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입니다.
이번 연구용역이 마무리되면 가습기살균제 관련 소송 지형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직접 기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구조였지만, 오는 10월 특별법이 시행되면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가 정부 출연금과 기업 분담금으로 조성된 재원으로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재 마련하고 있는 손해배상 기준안이 법적인 구속력을 갖춘 강행 규범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부가 공식 연구를 통해 만든 표준 산정식이 마련되면, 법원이 계류된 관련 소송에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셈입니다.
과거 세월호 참사 이후 마련된 배상 기준이 해당 민사소송에서 사실상 준거로 활용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특히,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건강보험공단·환경산업기술원 등 이미 계류된 국가기관의 구상금 관련 소송도 배상액 산정 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해당 소송과 직접적으로 얽힌 기업들도 향후 민사소송 배상액 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자가 가장 많은 옥시레킷벤키저의 경우,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 그룹은 현재 지난해 연간보고서 기준 한국 가습기살균제 관련 충당부채로 약 590억 원을 쌓아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충당부채 설정과 함께 추가 피해 가능성도 별도 주석으로 명시하며 우발부채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옥시와 더불어 가습기메이트 원액을 제조·공급한 SK케미칼도 1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계류 소송가액이 공동피고 전체 기준 1,000억 원을 웃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충당부채 60억 원을 설정해 놨지만, 소송가액과의 격차가 현저해 대비가 미흡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했던 애경산업의 소송 의무를 떠안은 AK홀딩스는 현재 공동피고 전체 기준 약 250억 원에 달하는 소송 12건이 계류 중인데, 별도의 충당부채는 쌓아놓지 않은 상태입니다.
앞서 2022년 조정위원회가 마련한 최종 조정안에서 관련 기업 전체가 부담해야 할 피해보상금 총액은 최대 9,240억 원으로 산정된 바 있습니다.
당시 분담비율 60%를 부담해야 했던 옥시와 애경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이 무산된 이후 현재까지 개별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에 국가가 공식 배상 기준을 마련하고 배상심의원회가 본격 가동되면 한동안 잠잠했던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소송이 재점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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