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시리, AI 입었다…두뇌는 구글 제미나이에
SBS Biz 임선우
입력2026.06.09 04:26
수정2026.06.09 05:43
[애플이 소개한 AI 새 기능들 (애플 제공=연합뉴스)]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마지막 무대에서 애플이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애플은 현지시간 8일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파크에서 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차세대 자율 아키텍처 '시리 AI'를 전격 공개했습니다.
2011년 시리의 등장 이후 가장 큰 개편으로 핵심 두뇌는 자체 기술이 아닌 구글 제미나이에 맡겼습니다. 경쟁사의 모델로 자사 비서를 다시 세운 이례적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새 시리는 화면에 보이는 것을 인식하고 사진과 메시지에 흩어진 개인 맥락을 끌어오며, 여러 앱을 가로질러 일을 처리합니다.
“브라질·모로코 경기로 월드컵 워치파티를 열고 싶어. 두 나라 대표 음식을 알려줘.” 아이폰에 말을 걸자 시리가 양국 요리를 사진과 함께 펼쳐 놓습니다. 먹고 싶다던 디저트를 묻자 시리는 메시지함을 뒤져 친구가 보낸 ‘코코넛 쿠키’를 찾아 메뉴에 끼워 넣습니다. 완성된 식단은 그대로 단체 대화방으로 전송됩니다. 앱을 일일이 열지 않고 말만으로 끝낸 일이니다.
무대 시연에서 산타크루즈 해변 사진을 보여주자 시리는 촬영 장소를 짚어낸 뒤, 메시지에 묻혀 있던 친구 주소를 찾아 길안내까지 이어갔습니다. 맥에서는 형식이 제각각인 견적서 세 건을 비교해 표로 정리하고, 업체에 보낼 이메일 초안까지 써냈습니다. 사람이 시키면 알아서 단계를 밟는 ‘에이전트형’ 작동입니다.
마이크 록웰 부사장은 새 시리를 “더 똑똑하고 더 많이 아는, 훨씬 유능한 비서”로 소개했습니다. 대화를 주고받으며 깊이 있는 답을 내놓고, 별도 시리 앱에서 지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카메라로 비춘 사물의 정보를 알려주거나 영수증을 보고 각자 몫을 나눠 계산하는 ‘시각 지능’도 더해졌습니다.
시리 AI는 기기에서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모델, 애플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 그리고 무거운 작업을 맡는 구글 제미나이로 일을 나눠 처리합니다.
애플은 “구글과 깊이 협력해 차세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약 1조2000억개 매개변수(파라미터)의 맞춤형 제미나이 모델을 연 10억달러 안팎에 빌려 쓰는 다년 계약을 맺었고 가장 무거운 연산은 구글 클라우드에서 돌립니다.
애플은 AI 경쟁의 차별점으로 사생활 보호를 앞세웠습니다. 이날 애플은 “일부 기업은 사람을 위한 고민 없이 AI를 위한 AI를 좇는다”라며 “프라이버시와 AI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쟁사 모델을 빌려 쓰면서도 데이터는 기기와 자체 클라우드에서만 처리해 외부와 공유하지 않는다는 게 애플 설명입니다.
시리 AI는 우선 영어로 출시되고 다른 언어는 순차적으로 확대됩니다. 개발자는 이날부터, 일반 사용자는 올해 안에 베타로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유럽연합(EU)에서는 iOS와 iPadOS용 시리 AI가 초기 제외되고 중국에서도 규제 검토를 이유로 당분간 빠집니다. 한국어 지원 시점은 따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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