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실거래없는 가짜 투자사이트도 '무허가 시장개설'로 처벌"
SBS Biz 김종윤
입력2026.06.05 12:23
수정2026.06.05 13:40
사기 범행을 위한 허위 투자사이트여도 실제 매매가 이뤄지는 듯한 외관을 갖췄다면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시장'이므로 무허가 개설을 처벌할 수 있다고 대법원이 판단했습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최근 '리딩방 투자사기'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32)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자본시장법 위반죄 부분 판결을 깨고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김씨는 중국인 총책을 정점으로 하는 리딩방 투자사기 조직원들과 공모해 투자자 62명에게 주식 투자금 명목으로 84억여원을 송금받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들은 코스닥 등 국내외 주가지수를 연동시킨 허위 투자사이트를 개설한 뒤 화면의 자금 액수 등을 조작해 피해자들이 수익을 낸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이후 피해자들이 수익금을 출금하려고 하면 세금이나 수수료가 필요하다며 재차 돈을 송금받고선 사이트를 폐쇄하고 연락을 끊었습니다.
김씨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징역 4년으로 감형됐습니다.
상고심의 쟁점은 김씨의 허위 투자사이트 개설을 자본시장법상 '무허가 시장개설행위'로 보고 처벌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자본시장법 373조는 거래소 허가를 받지 않고 '금융투자상품시장'을 개설·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여기서 금융투자상품시장은 같은 법 8조의2 1항에서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를 하는 시장'이라고 규정합니다.
2심은 나머지 혐의는 대부분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투자 사이트는 피해자를 기망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것에 불과하고,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 매매가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금융투자상품시장'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봤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자본시장법상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를 하는 시장'에는 매매가 실제로 이뤄지는 시장뿐 아니라, 통상의 주의력을 가진 평균적인 시장 참여자들이 증권 등 매매가 실제로 이뤄진다고 인식할 만한 외관을 갖춘 시장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자본시장법이 무허가 시장개설행위를 처벌하는 본질적 이유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훼손하고 투자자 보호 및 자본시장 신뢰성 제고라는 입법 목적에 대한 위험을 만들었기 때문이지, 무허가 시장에서 실제 매매가 이뤄졌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매매가 실제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이뤄지는 듯한 외관을 갖춘 시장을 개설해 투자자를 기망하는 경우, 형사 제재의 당위성과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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