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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의 늪'에 빠진 트럼프…휴전 아닌 휴전·개방 아닌 개방

SBS Biz 정광윤
입력2026.06.05 10:49
수정2026.06.05 11:19

[앵커]

이란 전쟁이 석 달을 넘겼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전쟁 한 달, 휴전 두 달을 넘겼죠.

미국과 이란이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쟁을 끝내기 위한 큰 틀에도 아직 합의하지 못했고, 휴전이지만 휴전이 아닌, 국지적인 공격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사태의 장기화는 불 보듯 뻔합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협상이 잘 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상황, 정광윤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종전을 위한 첫 단추를 끼우나 싶었지만, 역시 쉽지 않았죠?

[기자]

현지시간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양해각서 초안에 퇴짜를 놨습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회의에서 MOU 체결 승인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과 발표 없이 회의를 끝냈는데요.

대신 핵 문제 등 조건을 더 강화한 수정안을 이란 측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이란 반관영매체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은 휴전위반"이라며 "협상단이 미국과 대화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고, 처음에 "상관없다"던 트럼프 대통령은 파장이 커지자 황급히 수습에 나섰습니다.

이어 지난 3일엔 백악관 기자들에게 "협상이 잘 진행 중"이라며 "주말에 성사될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요.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레바논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과 접촉은 끊기지 않았지만 협상에 어떤 실질적인 진전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미국과 이란의 협상에 중대 변수로 떠올랐어요?

[기자]

미국의 동맹인 이스라엘과 이란이 후원하는 레바논 헤즈볼라, 두 세력 간 충돌이 문제가 됐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대한 공습 지시를 내렸습니다.

지상군도 국경선 너머 30km까지 깊숙이 진격시켰는데요.

레바논과 맞닿은 이스라엘 북부지역 주민들 안전을 지키겠다는 명분입니다.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 일대를 무기와 테러범 없는 안보통제구역으로 즉, 가자지구처럼 탈바꿈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란 측에선 "레바논도 휴전 대상에 포함된다"며 "이스라엘이 합의를 위반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란 외무부가 "미국은 이에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공식 성명까지 냈는데요.

결국 미국이 압박하고 나서면서 베이루트 공습은 보류됐고, 이스라엘과 레바논 양측 정부 관계자들은 워싱턴 DC에서 휴전에 합의했습니다.

[앵커]

휴전 합의로 이제 종전 협상의 걸림돌이 사라졌다고 봐도 되는 건가요?

[기자]

전혀 아닙니다.

휴전에 합의한 레바논 정부는 정작 헤즈볼라에 입김이 미치지 않습니다.

헤즈볼라 수장은 지난 4일 발표한 성명에서 "합의내용은 항복과 패배를 의미할 뿐"이라며 이스라엘군 점령지 철수를 요구했는데요.

반면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에 계속 주둔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양측 간 국지적인 충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문제를 두고 미국과 이스라엘 간 파열음도 커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바논 공격을 자제하라"는 요청을 네타냐후 총리가 무시하려 하자, 전화로 욕설을 퍼부으며 격노했다는 악시오스 보도내용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는데요.

네타냐후 총리는 "우린 항상 좋은 친구"라며 일단 숙이는 태도를 보였지만 전시체제가 이어지지 않으면, 본인을 둘러싼 부패·뇌물 재판이 재개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도 격화됐어요?

[기자]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3일 미 해군·공군기지를 미사일과 드론으로 보복 타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에 앞서 지난 1일 이란군 레이더·드론통제시설을 공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과 이란 모두 "상대가 먼저 민간선박 등을 공격해 방어 차원에서 정당하게 대응했을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또 이란은 쿠웨이트 국제공항을 공격하는 등 미군기지가 있는 걸프국들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요.

미군은 '철통 같은 해상봉쇄'를 강조하며 지난 2일까지 이란 관련 상선 6척을 무력화하고, 122척을 회항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양측 모두 호르무즈 해협은 열려있다고 하잖아요.

실제로는 통항이 어려운 상태죠?

[기자]

이란과 미국은 각자 "내 지시만 따르면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개전 당시 페르시아만에 갇혀 있던 대형 유조선은 이란 국적을 제외하고 총 109척이었습니다.

이후 석 달 새 최소 29척, 4분의 1 이상이 해협을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여기엔 이란 요구에 따라 통행료를 내거나 국가 차원에서 협정을 맺고 지나간 선박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반면 위치정보장치와 조명을 끈 채 이란 몰래 탈출한 배들도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3주 동안 70척의 상선이 어둠 속에서 미군의 교신 안내에 따라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다만 통행량이 하루 3척꼴에 불과해, 전쟁 전 100여 척에 비하면 여전히 턱 없이 적은 수준입니다.

[앵커]

해협 개방이 시급한 상황이긴 하지만, 최근 미국은 호르무즈보다 핵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에요?

[기자]

최근 들어 해협개방 문제는 협상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분위기입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는 해협개방이 아니라 핵 포기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날 하원에서도 "우라늄 비축분 처리가 핵심"이라고 했는데요.

해협 재개방은 사실상 원상복구 조치에 불과한 만큼, 핵 관련 성과가 이번 전쟁을 정당화하는데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또 CNBC는 "양측이 합의에 도달해도 해협 통행량은 원상복구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란이 이미 해협을 장악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는 상황에선 합의내용이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했는데요.

분쟁이 현 상태 그대로 종식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엔 불확실성 우려에 해협 통행량이 전쟁 전 60%~70% 수준에 머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원유 공급 정상화도 쉽지 않겠네요?

[기자]

월가 안팎에선 유가가 다시 내려오기까진 상당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울프 리서치는 "해협이 개방돼도 재고를 다시 쌓는 과정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AGF 인베스트먼트 역시 "에너지시장이 길면 연 단위로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에드워드 야데니는 "시장에선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란이 다시 영향력을 행사할 때를 대비해 석유 가격에 프리미엄을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눈 여겨볼 선례도 있습니다.

지난 2023년 예멘 후티반군은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보복으로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을 공격했습니다.

CNBC에 따르면 이전까지 하루 평균 75척이었던 선박 통행량은 2년 뒤 31척으로 반토막 났는데요.

미국과 후티가 휴전에 합의한 뒤 지난해말부터 공격이 멈췄지만 통행량은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 우려되는 건 바브엘만데브와 달리 호르무즈 해협은 우회항로조차 없는 병목지점이기 때문에 여파가 훨씬 클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S&P 글로벌은 "이란 핵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내년에 전쟁이 재개될 위험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는데요.

"선박운영사들이 또다시 해협에 몇 달간 갇힐 위험을 감수할 의향이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정광윤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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