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도 파나마도 없다"…캐나다산 LNG 국내 도입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에 도착한 알 사다프호 [사진=한국가스공사 제공]
중동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고 있고 북중미와 남미를 가르는 파나마 운하는 가뭄으로 통항 제한이 반복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운 태평양 직항로를 통해 캐나다산 LNG(액화천연가스)를 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5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4일 인천기지본부에서 'LNG 캐나다 카고 수도권 첫 입항 기념식'을 열고 북미산 LNG 국내 도입을 공식화했습니다.
지난달 20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키티맷(Kitimat)을 출발한 7만3,000톤 규모의 LNG 운반선이 태평양을 가로질러 8,800km를 항해해 3일 인천기지에 도착한 것으로, 지난해 9월 경남 통영에 첫 카고가 들어온 데 이어 이번에 처음으로 수도권에 캐나다산 LNG가 입항했습니다.
가스공사가 5% 지분을 보유한 LNG 캐나다 사업은 캐나다 내륙 셰일가스를 로키산맥을 관통하는 670km 대구경 배관을 통해 서부 해안까지 실어 나른 뒤 키티맷 액화플랜트에서 LNG로 만들어 태평양을 건너 국내로 들여오는 구조입니다.
쉘(40%)·페트로나스(25%)·페트로차이나(15%)·미쓰비시(15%)·가스공사(5%) 등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들이 공동 사업자로 참여해 2025년 6월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천연가스는 충분했지만 LNG로 액화해 수출할 인프라가 전무했던 캐나다 서부에서 지난 2009년 가능성을 발견한 지 15년 만에 맺은 결실입니다.
사업 기간은 총 40년이며, 가스공사는 연간 70만 톤의 지분 물량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해당 사업 기간 동안 모두 2,800만 톤을 국내에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공사 측은 내다봤습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6월 상업생산 개시 이후 올해 6월까지 5카고를 선제적으로 국내에 도입했고 올해 연말까지 추가 카고 도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연간 9~10척의 대형 수송선을 통해 확보한 지분 물량 70만 톤을 국내로 들여온다는 구상입니다.
중동은 18일, 미국은 32일…캐나다는 12일
가스공사가 이번에 새로 연 LNG 항로의 핵심 경쟁력은 '지정학 리스크 제로' 항로라는 점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하는 중동 항로 거리는 1만1,400km, 기간은 15~18일이 소요됩니다. 호르무즈를 피해 희망봉을 우회하면 거리는 2만9,200km, 기간은 37~41일로 늘어납니다.
파나마 운하를 경유하는 미국 멕시코만 항로도 거리는 1만8,600km, 기간은 24~32일입니다.
그러나 캐나다 키티맷 항로는 이러한 병목이 없다는 게 특징입니다. 수송비용도 중동·미국 항로 대비 20~50% 절감할 수 있다는 게 가스공사 측 설명입니다.
중동 정세 불안 속 에너지 수급 불안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2022년 45% 수준이던 중동산 LNG 의존도를 2025년 24%, 2026년 현재 18% 이하로 꾸준히 낮춰온 것도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평가입니다.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지난해 말 중동산 FOB(본선인도) 물량 계약을 전량 종료한 상황"이라며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 국적선 LNG 선박이 단 한 척도 갇혀 있지 않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공급선 다변화와 함께 도입 패턴을 전면 손질한 것도 LNG 공급망 안정에 주효했습니다.
최 사장은 이와 관련해 "기존에는 장기계약 아니면 현물(스팟)이던 양극단 계약 구조에서 벗어나 3년물·5년물 중단기 계약을 대거 도입해 스팟 비중을 대폭 줄인 결과, 중동 수급 차질 상황 속에서도 공급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캐나다산 LNG 전략자산…2단계 사업 속도전
캐나다산 LNG가 일반 구매 물량과 결정적으로 다른 특징은 '지분 물량'입니다.
가스공사 측은 단순 구매가 아니라 원료가스를 직접 조달해 액화 설비에 투입하고, 생산된 LNG의 소유권과 처분권을 온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국내 수요가 줄면 해외에 팔 수도 있고, 위기 시 전량 국내로 들여올 수도 있는 구조입니다.
최 사장은 "에너지 위기는 돈 문제가 아니라 물량을 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적"이라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물량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안보 자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번 중동 위기 국면에서 올해 말까지 캐나다산 LNG 지분물량 전량을 국내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가스공사는 이번 캐나다산 LNG 도입을 발판으로 2단계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기존 1단계에서 구축한 670km 배관을 그대로 활용하며 승압기지 5개소를 추가하는 형태로, 올해 5월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습니다. 오는 9월 최종투자결정(FID)을 목표로 이달부터 자재 발주 등 선행 작업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오는 2031년 LNG 추가 생산 개시가 목표"라며 "2단계 사업까지 완료될 경우 캐나다 지분물량은 연간 140만 톤으로 현재의 두 배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가스공사는 현재 호주 Prelude FLNG(36만톤)와 캐나다 1단계(70만톤) 등 모두 106만 톤의 지분 물량을 보유 중입니다. 향후 모잠비크 사업 등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2031년 연간 약 390만 톤 규모로 지분 물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많이 본 'TOP10'
- 1.2만원에 산 SK하닉 236만원 됐는데…전원주의 10년 투자 비결은?
- 2.SKT '온가족 할인' 중단 후폭풍 확산
- 3.이젠 웬만큼 벌어도 국민연금 다 준다…언제부터?
- 4.이불 팔아 삼전닉스 산 침구회사…500억 잭팟 터졌다
- 5.유권자 50%만 인쇄 '황당'…선관위 결국 대국민 사과
- 6."부장님 2시간 일찍 퇴근하겠습니다"…내년부터 연차 시간단위로
- 7.젠슨 황 "한국에 몇가지 깜짝 선물 준비돼 있어"
- 8."삼성전자 성과급 6억 어떻게 생각?"…젠슨 황 대답은?
- 9.월급 저축하고 엄카로 생활비?…증여세 폭탄 맞습니다
- 10.SK하이닉스 청주공장서 불…"불화수소 누출로 7명 이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