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취재여담] "車보험 경상환자 기준이 먼저"…'8주룰' 덩달아 밀리나

SBS Biz 이민후
입력2026.06.01 17:27
수정2026.06.01 17:49


손해보험업계가 기다려온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치료관리 강화 제도, 이른바 '8주룰' 시행이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8주룰은 교통사고 경상환자가 8주를 넘겨 치료를 받으려면 추가 진단서와 별도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보험업계는 과잉진료를 줄여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와 의료계를 중심으로 "치료 기간을 제한하기 전에 누가 경상환자인지부터 다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디스크 탈출이나 인대 파열 같은 상병도 현행 자동차보험 체계에서는 경상환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습니다.

정부 역시 최근 자동차보험 상해·후유장애 등급 체계 전면 개편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해당 연구가 내년 말 마무리될 예정인 것을 감안하면 업계 안팎에서는 경상환자 기준 개편 이후에야 8주룰 논의도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누가 경상환자인가"부터 다시 따진다
현재 자동차보험 상해등급은 지난 2014년 이후 사실상 개정되지 않았습니다. 상해등급 항목은 248개에 불과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 활용되는 진단 항목은 370여 개에 달합니다.



이 때문에 디스크 탈출이나 인대 파열처럼 치료 기간이 길거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자동차보험 체계에서는 경상환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실제로 8주룰에 우려를 제기하는 시민단체와 의료계 역시 "치료 기간을 제한하기 전에 경상환자 기준부터 손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금융정의연대는 지난 3월 금융감독원에 관련 민원을 제기하며 "중증 병변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경상환자로 분류돼 치료가 제한되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금감원도 상해등급 분류체계의 적정성을 관계기관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걸로 파악됩니다. 상해등급 판단 기준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국토교통부 소관인 만큼 분류체계에 대한 적정성을 관계기관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의계 역시 디스크 탈출, 인대 파열 등 일부 상병에 대한 등급 체계가 먼저 정비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의협회 관계자는 "디스크 탈출이나 어깨 회전근개 파열 그리고 무릎인대 파열 같은 중증도 경상으로 분류된다"며 "경상환자 개념을 다시 정립한 뒤, 그 기준에 맞춰 치료관리 제도를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밝혔습니다.

국토부는 선 긋지만…업계선 "내후년 이후 가능성"
국토부는 상해등급 개편과 8주룰은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해등급 체계 개편은 오래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됐던 과제"며 "경상환자 제도와 결부해서 시작한 연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두 사안을 완전히 분리해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8주룰 자체가 '경상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도인 만큼, 경상환자 기준이 바뀌면 적용 대상 역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연구 결과에 따라 경상·중상 구분 기준 자체가 바뀔 경우, 8주룰 적용 대상과 심사 기준도 다시 손질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실제 이번 연구는 의료계와 보험업계 의견을 모두 수렴해야 하는 작업으로 약 15개월 동안 진행될 예정입니다. 연구 결과가 내년 하반기에 도출된 뒤 법령 개정, 이해관계자 협의, 제도 설계 과정을 거치게 되면 실제 적용 시점은 더 늦어질 수 있습니다.

업계 일각에서 "경상환자 기준 정비가 우선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8주룰 역시 내후년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손해율 오르는데…보험업계 '초조'
보험업계의 고민은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5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자동차보험 합산 손익은 461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흑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습니다.

자동차보험 적자는 4월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5개 대형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1%로 전년 동기 대비 1.9%p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 구간에 머물러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당초 경상환자 관리 강화에 따른 손해율 개선 효과를 기대해왔지만, 제도 시행 시기가 불투명해지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인하와 제도 개편이 함께 논의됐던 배경에는 경상환자 관리 강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며 "8주룰 시행이 장기화되면 손해율 부담이 계속 누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핵심은 '8주'가 아니라 '경상환자'의 정의로 옮겼습니다.

정부는 8주룰과 상해등급 개편을 별개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 일부 감독당국의 내용까지 종합하면 논의의 초점은 "몇 주까지 치료할 수 있느냐"에서 "누가 경상환자인가"로 이동하는 분위기입니다.

그 답이 나오기 전까지, 보험업계가 기다려온 8주룰 역시 쉽게 출발선을 넘기 어려워 보입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이민후다른기사
KDB생명 '7번째 매각'에 대거 참전 …삼성·한화·교보생명도 참여
한은 총재 '매파 발언'에 국고채 금리 일제히 상승…3년물 연 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