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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존재 이유는 코스피가 아니다 [시장 엿보기]

SBS Biz 신현상
입력2026.05.29 09:44
수정2026.05.29 09:45


'주가가 오르면 국민연금은 판다' 


오랫동안 국내 증시를 따라다닌 대표적인 불안 요인이었습니다.
국민연금은 정해진 자산 비중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넘어서면 기계적으로 팔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즉, 시장이 좋을수록 국민연금은 주식을 팔아야 하는 아이러니가 반복됐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대폭 올리기로 했습니다.


최근 코스피 상승으로 실제 보유 비중이 목표치를 크게 웃돌자, 운용 기준 자체를 수정한 겁니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기존 기준을 유지할 경우 대규모 매도가 불가피했고, 이는 '잘 나가는 시장에 폭탄을 터뜨리는'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장 입장에선 분명 숨통이 트이는 결정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시장 안정과 수익률 제고, 이 두 목표는 과연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가' 입니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국내 증시가 저평가 구간에 있을 때는 두 목표가 자연스럽게 맞아 떨어집니다.
국민연금이 저가에 매수해 시장을 안정시키면서, 장기 수익률도 함께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이미 충분히 오른 국면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시장 안정을 위해 계속 주식을 보유하거나 비중을 늘리다 보면 문제가 생깁니다. 
국민연금은 수익을 내야 하는데, 시장을 안정시키는 일과 수익을 높이는 일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내리느냐가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좌우하게 됩니다.

이번 결정도 그 경계선 위에 서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운용 기준 자체를 조정했다는 점입니다.
기계적 매도를 막아 시장 안정을 도왔다는 의미는 분명하지만, 시장 안정과 연금 수익률 제고가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국민연금이 어디까지 시장 안정을 고려해야 하는지는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한국은 지금 인구 감소와 저성장, 연금 고갈 우려라는 3중 위기를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보험료를 내는 사람도 한국인이고, 연금을 받을 사람도 한국인입니다. 
그런데 투자 자산까지 한국에 과도하게 묶여 있다면 어떨까요.
한국 경제가 흔들릴 때 국민의 소득도 줄고, 연금 재정도 악화되고, 투자 수익률까지 함께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만든 연금이 오히려 같은 위험에 반복해서 노출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해외 주요 연기금들은 자국 증시에 자산을 집중하지 않습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자국 투자를 사실상 하지 않고 자산 대부분을 해외에 투자합니다.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 역시 전체 자산 중 캐나다 투자 비중이 약 12% 수준에 불과합니다.
연금 운용의 기본 원칙이 시장 부양이 아니라 장기 수익률과 위험 분산에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의 존재 이유는 증시 부양이 아닙니다.
국민이 맡긴 노후 자금을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불리는 것입니다.
만약 이 원칙이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사람들의 의구심도 커지게 될 겁니다.  
"연금은 국민을 위해 투자하는가, 아니면 증시를 위해 투자하는가."

국민연금이 시장 부양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는 순간, 연금 운용의 독립성과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연금이 끝까지 지켜야 할 기준은 단 하나입니다.  
코스피가 아니라, 국민의 노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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