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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PER 낮다고?' WSJ "리스크 곳곳에 있다"

SBS Biz 송태희
입력2026.05.18 13:16
수정2026.05.18 15:15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에도 사이클(주기) 변수와 AI 산업의 수요 급변 등 여러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 신문의 선임 마켓 칼럼니스트 제임스 매킨토시는 최근 'AI 칩 광풍이 파멸의 씨앗을 품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투자자들이 반도체 산업의 사이클 특성을 잘 감안하고 있지만, 지금 같은 결정적 시기에 이 사이클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는 것이 문제"라며 이처럼 짚었습니다. 

매킨토시는 이번 AI 칩 열풍의 대표 사례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고대역폭 메모리(HBM) '삼대장'으로 꼽히는 미국 마이크론을 거론했습니다. 

매킨토시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3년 전에는 역대급 손실을 냈던 신세였지만 지금은 미국 증시에서 6번째로 수익성이 좋은 종목입니다. 마이크론의 향후 12개월 선행 순이익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인 메타플랫폼(메타)이나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도 웃도는 수준입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입니다. 막대한 투자를 집행해 수요 급증에 고수익을 내지만, 이후 공급 과잉 탓에 업황이 다시 내리막을 탑니다. 

이런 사이클에 대한 경계심은 이미 마이크론의 주가에 반영된 상태입니다. 2주 전 마이크론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S&P 500 지수 편입 종목 중 세 번째로 낮았습니다. 지금도 선행 PER는 10배 미만으로 가파르게 뛰는 수익성 지표와 비교해 매우 차분한 상태입니다. 

통상 낮은 선행 PER는 해당 기업 주가가 저평가 상태라는 신호지만, 마이크론 같은 경우는 이렇게 단정하기 어렵다고 매킨토시는 지적했습니다. 사이클 변수가 크기 때문입니다. 
 
직전 사이클이었던 2022년 초 마이크론은 선행 PER가 9배에 불과한 상태로 고점을 찍었습니다. 이후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낮아 반등이 점쳐졌던 상태에서도 주가는 반토막이 났습니다. 마이크론 주가는 대규모 적자가 실적 전망치에 완전히 반영돼 바닥을 친 뒤에야 두배로 상승했습니다. 

사이클 영향을 받는 기업은 업황 호조 때 PER의 분모에 해당하는 수익 수치가 가파르게 오르는 만큼 성장 여력과 무관하게 이 비율이 대폭 낮아지는 '착시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마이크론은 '저평가 우량주'로 안심하기에는 리스크가 많습니다. 

최대 위험 요인은 AI 기술 진보에 따른 수요 급변입니다. 

종전보다 메모리 칩을 적게 쓰면서 AI 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혁신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 3월 구글 연구진이 AI의 메모리 사용량을 6분의 1로 줄이는 '터보퀀트' 신기술을 발표하자 메모리 칩 종목들이 급락했다가 시장 우려가 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며 회복세를 찾았습니다. 

AI 공급망에서도 악재가 터질 수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가 대폭 축소되거나 AI 도입 속도가 예측보다 느려질 공산이 있습니다. 규제 강화 등 AI 확장을 가로막는 정치적 역풍도 경계 대상입니다. 

마지막 리스크는 내부 경쟁 격화입니다. 

메모리 칩 산업이 AI 시대의 새 유망 업종으로 부상하면서 다른 기업들이 대거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AI 연산 칩 분야도 애초 엔비디아의 사실상 독무대였다가 구글과 세레브라스 등 후발 주자가 대거 나타나며 향후 구도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매킨토시는 "당장은 AI가 워낙 압도적이라 추가 공급 물량이 기업의 수익성에 별 타격을 주지 않지만, 호황이 길어지면 시장에는 더 많은 경쟁자가 들어오고 생산능력은 계속 늘어난다. 시장의 AI 환상이 현실이 됐다고 해도 승리의 가파른 정점에 파멸의 씨앗이 뿌려진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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