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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임차권등기 관리 사각지대…두 번 우는 전세 피해자

SBS Biz 박연신
입력2026.05.18 12:16
수정2026.05.18 15:10


법원 전자소송 시스템에서 임차권등기 말소 신청이 임차인 본인 확인 없이 접수·처리될 수 있는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집주인 측 법무사가 세입자 명의의 해제신청서와 위임장을 제출해 임차권등기가 말소됐지만, 시스템은 이를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오늘(18일) SBS Biz 취재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2021년 전세보증금 1억4천800만 원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계약이 종료됐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을 통해 보증금 전액을 지급받았습니다.

A씨는 보증금을 수령한 뒤에도 세입자로서의 권리 보전을 위해 법원에 임차권등기를 신청했습니다. 임차권등기는 세입자가 주택을 비운 이후에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얼마 뒤 A씨는 HUG 담당자로부터 임차권등기가 말소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A씨는 본인이 직접 말소를 신청한 적이 없었습니다.

법원 기록을 확인한 결과, 전자소송 시스템에는 A씨 명의의 '임차권등기명령 해제신청서'와 제출위임장이 접수돼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집주인 측 법무사가 A씨의 도장 이미지를 포토샵으로 위조해 신청서를 작성한 뒤 전자소송 시스템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임차권등기 말소를 신청한 것이었습니다. A씨는 해당 신청을 직접 하거나 위임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HUG는 A씨에게 "이미 지급한 전세보증금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얘기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HUG 관계자는 "현재 관련 형사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소송 경과와 확정 판결 결과를 검토한 뒤 후속 절차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황당한 일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전자소송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이 있습니다. 현재 전자소송 시스템에서는 임차권등기 해제 신청 과정에서 실제 임차인 본인이 직접 전자서명을 하도록 강제하는 절차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신청 서류를 제출한 법무사나 변호사가 자신의 공동인증서로 전자서명을 하면 접수가 가능한 구조입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한글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신청서 파일에 도장 이미지를 삽입한 뒤 전자소송 시스템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해제 신청이 이뤄진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행법 체계로는 이 같은 전자 사기 행각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두 차례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전자소송 시스템에 업로드된 전자파일 자체는 현행 판례상 형법상 '문서'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종이 문서를 위조할 경우 사문서위조죄 적용이 가능하지만, 전자파일 형태는 현행 형법 체계에서 처벌이 쉽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전자소송 이용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임차권등기 말소처럼 세입자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신청에 대해서는 임차인 본인의 직접 인증을 의무화하고 전자문서 위조·변조에 대한 처벌 공백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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