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인데 못 뺀다?"…퇴직연금 '묶인 돈' 논란
SBS Biz 오정인
입력2026.05.16 06:38
수정2026.05.16 09:03
직장인들 사이에서 퇴직연금은 흔히 ‘묶인 돈’으로 불립니다.
계좌에 수천만 원이 쌓여 있어도 생활비가 급하거나 사업 자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고금리·고물가와 경기 둔화로 급전 수요가 커지면서 “내 돈인데 왜 찾지 못하느냐”는 불만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노후 생활 안정을 위한 ‘연금 자산’으로 설계된 제도입니다.
퇴직금을 중간에 한 번에 써버릴 경우 초고령사회에서 노후 빈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중도 인출은 확정기여형, DC형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됩니다.
회사 측이 운용 책임을 지는 확정급여형, DB형은 원칙적으로 중도 인출이 불가능합니다.
현행법상 DC형 가입자는 일정한 법정 사유가 있을 때만 퇴직연금을 미리 찾을 수 있습니다.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이나 전세보증금 마련, 가입자 본인이나 가족의 장기 요양, 파산이나 개인회생, 재난 피해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전세보증금 목적의 인출은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한 차례만 가능하고, 의료 목적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비용 부담이 있어야 인정됩니다.
반면 결혼 비용이나 대학 등록금, 장례비, 생활고, 사업 자금 부족 등은 대부분 중도 인출 사유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예비 신혼부부라도 결혼 자금 마련을 위해 퇴직연금을 직접 꺼내 쓰기는 쉽지 않은 셈입니다.
정부는 퇴직연금을 해지해 소진하기보다는 노후 자산을 유지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퇴직연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적립금의 절반 한도 안에서 담보 대출이 가능하며, 혼례비와 대학 등록금, 장례비 등도 대출 허용 사유에 포함됩니다.
정부가 “연금은 깨지 말고 필요하면 빌려 쓰라”는 취지로 제도를 설계한 것입니다.
해외 주요국들도 퇴직연금 조기 인출은 엄격하게 제한하는 추세입니다.
다만 미국의 ‘401(k)’나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처럼 일정한 세금 부담이나 불이익을 감수하면 금융적 어려움이 있을 때 일부 인출을 허용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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