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AMG G 63 마누팍투어' 성난 소였다
SBS Biz 박연신
입력2026.05.15 19:34
수정2026.05.17 06:00
부모님 세대도 만족한다는 벤츠 G-클래스, 직접 타보니 마차 같은 우아한 겉모습과 달리 속은 완전히 딴판이었습니다. 사전 정보 없이 처음 접했다면 '좀 오래된 디자인의 고급 SUV' 정도로 봤을 겁니다. 사각형 차체에 묵직한 느낌. 그런데 막상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는 순간, 그 선입견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메르세데스-AMG G 63 마누팍투어, 이름도 길고 가격도 깁니다(2억7천960만 원). 그런데 직접 타보고 나면, 왜 이 차에 열광하는 사람이 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순한 맛인줄 알았더니, '성난 소'
승차감에 대한 기대치는 사실 높지 않았습니다. 오프로드 전용 차량이라는 이미지, 그리고 네모반듯한 차체를 보면서 "갤로퍼 정도의 투박한 승차감이겠거니" 싶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액셀을 힘껏 밟는 순간을 표현하자면 성난 로데오 소 등에 올라탄 느낌이었습니다. 순간 복근에 힘이 들어가며 본의 아니게 코어 운동이 됐습니다.
585마력, 최대 토크 86.7kgf·m. 숫자로는 그냥 크다 싶었는데, 몸으로 받으니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차는 단순히 빠른 게 아니라 밀어붙이는 힘 자체가 다릅니다. 오프로드용으로 설계된 차답게 힘이 매섭고, 그 힘이 오롯이 운전자에게 전달됩니다. 0에서 100km/h까지 4.4초. 2톤이 넘는 차가 이렇게 튀어나간다는 게 좀처럼 실감나지 않습니다.
문 열면 콘서트홀...천장에도 스피커
신기한 건 실내입니다. 밖에서는 그 거칠고 강한 느낌인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인테리어는 세련되고 섬세합니다. 터치 디스플레이, 가죽 소재, 앰비언트 라이트까지 고급 세단에 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건 스피커였습니다. 부메스터 3D 서라운드 사운드에 돌비 애트모스까지 더해져, 사방은 물론 천장에도 스피커가 달려 있습니다.
험로를 달리면서도 콘서트홀 같은 음향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사용자를 정말 생각한 설계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동승한 부모님도 "이 차 참 편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강한 퍼포먼스는 뒷좌석까지 고스란히 전달됐지만, 불쾌하다기보다 오히려 신났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오프로드지만 '편안함'...연비는 아쉬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연비는 복합 기준 5.8km/l로 운전하다 보면 주유소를 꽤 자주 만나게 됩니다.
V8 엔진 특유의 배기음도 조용한 주택가 주차장에서는 적잖이 민망할 수 있습니다. 고급스럽고 낮은 음이긴 한데, 이른 아침 시동을 걸 때는 한번쯤 주변 눈치를 보게 됩니다. 길이 4.9미터에 달하는 차체도 서울 골목에서는 부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이 2억7천960만 원입니다. 이 숫자 앞에서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차가 갖는 매력은 명확합니다. '오프로더인데 왜 이렇게 편할까'하는 그 모순된 쾌감, 거친 심장을 고급스러운 껍데기로 감싼, 이중적인 매력의 SUV입니다. 누군가에게 이 차가 과하다면, 그건 아직 액셀을 끝까지 안 밟아봐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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