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통제권·통행료' 맛본 이란…전쟁 끝났다고 '호르무즈' 바로 열까?

SBS Biz 정광윤
입력2026.05.08 10:49
수정2026.05.08 11:14

[앵커]

미국과 이란이 다시 출구 찾기와 줄다리기에 돌입했습니다.

이번엔 전쟁을 끝내기 위한 물밑협상에 진전이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특히 다음 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히 종전, 더 정확히 말하면, 승전 선언을 한 상태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고 싶어 할 겁니다.

종전이든 승전이든 일단 선언을 하고, 세부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다 제쳐놓고, 호르무즈 해협은 언제 다시 열릴까요?

정광윤 기자와 호르무즈 상황,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미국은 선박 구출 작전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또 하나의 변수를 더했죠?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지난 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선박들이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을 개시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분쟁과 무관한 나라 선원들이 식량부족 등을 겪고 있다"며 "이들을 석방하는 '인도주의적 절차'를 방해하면 강력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는데요.

이틀 뒤인 지난 6일, "이란과 협상에 진전이 있다"며 작전 일시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이후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우디와 쿠웨이트가 이란의 보복공격을 우려해 미군이 자국 기지와 영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은 게 큰 이유였다고 보도했는데요.

논의 끝에 다시 협조하기로 하면서 미국이 작전 재개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협상진전' 발언이 무색하게 양측의 충돌도 이어졌어요?

[기자]

프리덤 작전 개시 첫날부터 무력충돌이 벌어지면서 한 달여간 위태롭게 이어져온 휴전마저 깨질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미군은 현지시간 4일 상선을 위협하던 이란군 고속정 6척을 격침시켰다고 발표했습니다.

7일엔 해협 인근 섬과 해안지역을 공습한 뒤 "자위 차원에서 미사일·드론 기지 등 이란군 시설을 타격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란 측도 질세라 두 차례에 걸쳐 미 군함을 미사일로 공격해 퇴각시켰다고 밝혔지만 미군은 부인하는 등 엇갈리는 주장도 이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란군은 "미군이 먼저 이란 유조선을 공격했다"며 휴전위반이라는 입장입니다.

그에 앞서 해협 양쪽 UAE 영해까지 통제범위를 확대하겠다고도 선언했는데요.

선박들이 해협 부근에서 빠져나갈 기회를 엿보지 못하도록, 허락받기 전엔 아예 얼쩡거리지도 말라는 겁니다.

[앵커]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고립된 선박들은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일 텐데, 이번 주엔 우리 화물선이 피격 논란에 휩싸였어요?

[기자]

HMM의 벌크선 '나무호'를 비롯해 폭발·화재 등이 잇따랐습니다.

지난 4일 저녁, UAE 앞바다에서 정박 중이던 나무호에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한국인 6명을 포함한 승무원들 가운데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이란의 공격이라고 규정하면서, 우리 군의 작전 참여를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정확한 원인 파악이 우선"이라면서 신중한 입장을 밝혔고, 일단 피격은 아니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에 따르면 이 밖에도 해협 인근에서 공격받거나 불이 났다는 선박들 신고가 이틀 사이 세 건이나 접수됐는데요.

지난 6일엔 프랑스 해운사 선박 한 척이 해협을 통과하다 미사일 공격을 당해 부상자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미국과 이란이 한 달째 휴전 중이지만, 해협 상황은 나아지질 않는 것 같아요?

[기자]

폭격전에서 해상전으로 국면이 전환되면서 사실상 해협이 주요 전선이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은 이제 남은 압박수단이 해상운송 재개 밖에 없다는 걸 깨달은 상황"이라며 이란 지도부나 각종 시설들을 다시 공격하기보다는 해협 통제권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미군은 확전을 최대한 피하면서도 이란에 대한 봉쇄의 고삐는 늦추지 않는 모습입니다.

연이은 무력충돌을 두고도 "전투 재개 기준에 못 미친다"며 "휴전이 유효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그 와중에도 봉쇄선을 뚫으려는 이란 유조선에 대해선 가차 없이 발포하며 막아서고 있습니다.

[앵커]

이란은 이참에 통행료 징수를 비롯해 해협 통제권을 확고히 하겠다는 분위기라고요?

[기자]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6일 "위협이 무력화되고, 새로운 협약이 준비됨에 따라 해협을 통한 안전한 통항이 보장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어 "규정을 준수하고 지역 안보에 기여해 준 선장·선주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뜻밖의 호의적인 발언까지 덧붙이며 그간 강경한 입장과는 사뭇 다른 태도를 드러냈습니다.

"허가받고 통행료 잘 내면 건드리지 않겠다"며 해협 통제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되는데요.

아예 '해협청'을 출범시키고 선박들이 통과 허가를 요청할 공식 이메일 주소까지 공개했습니다.

또 해협을 지나는 배들에게 필요한 식료품, 연료, 의료서비스 등을 지원하겠다며 자신들이 톨비만 꿀꺽하려는 '봉이 김선달'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이미 두 달 넘게 갇혀있는 선박들 입장에선 끌릴 법도 한데 실제로는 선택하기 어렵다고요?

[기자]

미 재무부는 현지시간 1일 "해협 통항을 위해 이란 정권에 자금을 지불하거나 안전보장을 요청하면 제재당할 수 있다"고 공지했습니다.

돈을 건네는 선박은 미 해군의 물리적 봉쇄에 더해 금융제재까지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겁니다.

현물 지급, 부채탕감, 기부금 방식 등 우회지급 꼼수도 모두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는데요.

돈을 낸 업체 당사자는 물론 거래에 관여한 금융기관까지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접근을 차단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해협을 통과하려면 이란 공격이나 미국 제재, 둘 중 하나는 피할 수 없는 진퇴양난에 내몰리게 된 셈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사실상 못 지나간다는 건데, 해협이 언제쯤 다시 열릴까요?

[기자]

현재로선 종전 합의가 완전히 성사된 뒤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에 실제 서명할 때까진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를 유지하겠다"고 못 박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블룸버그는 걸프국과 유럽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합의에 약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최근 CIA에선 이란이 최소 서너 달 넘게 봉쇄를 견딜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내놨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란이 양보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라는 점입니다.

참모진 만류에도 계속 소셜미디어 등에서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합의조건에 대한 물밑조율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안 그래도 이란 내 협상팀이 군부 강경파 눈치까지 보고 있는 상황에서 운신의 폭을 없애버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앞서 지난달 "'이란이 핵포기를 수용하기로 했다'는 트럼프의 자랑스러운 발언은 미국에 완전히 굴복한 것처럼 보이게 해 내부 문제를 야기했다"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한 바 있습니다.

이번 주 들어 새로운 물밑협상 진전 소식이 전해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곧장 "이란이 핵무기 포기에 동의했다"고 선언해 버린 상황입니다.

[앵커]

정광윤 기자, 잘 들었습니다.
 

ⓒ SBS Medianet & SBS I&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정광윤다른기사
'통제권·통행료' 맛본 이란…전쟁 끝났다고 '호르무즈' 바로 열까?
험난한 협상길…마음 급한 美·부정적인 이란 [글로벌 뉴스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