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대 설탕 담합' 과징금 20% 깎아줬다…공정위 "조사 협조"
SBS Biz 정광윤
입력2026.05.06 07:30
수정2026.05.06 07:30
공정거래위원회가 약 3조2천억원 규모의 설탕 담합 사건을 제재하면서 과징금을 1천억원 가까이 깎아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마저 공개된 의결서에서 확인된 금액이고, 만약 공개되지 않은 리니언시(자진신고 감경)가 있었다면 감액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늘(6일)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의 설탕 가격 담합 사건을 제재한 전원회의 의결서를 보면 공정위는 과징금을 정하는 과정에서 1차로 산출한 금액(1차 조정 산정기준)의 20%씩을 감액했습니다.
이에 따라 제당 3사가 감액받은 과징금 합계는 약 990억원입니다.
공정위는 "조사단계부터 심리종결까지 일관되게 행위 사실을 인정하면서 위법성 판단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제출하거나 진술을 하는 등 적극 협력한 점"을 고려했다고 의결서에서 밝혔습니다.
과징금 부과 고시에선 조사와 심의 진행 과정에 협조한 경우 각각 10% 이내로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제당 3사 모두 조사와 심의 양쪽에서 최대 감경 비율을 적용받은 겁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설탕 담합 사건 제재 결과를 브리핑할 때 조사 협조 감경 등에 관한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의결서를 통해 감경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반면 가중 사유를 반영할 때는 낮은 가중비율을 택했습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지난 2020년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외 국내 계열사 주식 소유 금지'를 위반해 제재받은 전력 때문에 이번에 설탕 담합에서 가중 대상이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규정상 가장 낮은 가중 비율인 10%를 적용했습니다.
과징금 계산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부과 기준율도 상대적으로 낮게 적용했습니다.
공정위는 제당 3사의 위반 행위가 "15% 이상 20% 미만의 부과 기준율이 적용되는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고서 15%의 부과 기준율을 적용했습니다.
공정위는 담합의 영향을 받아 생긴 '관련 매출액'에 '부과 기준율'을 곱해 과징금 산정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가중 혹은 감경해 과징금 액수를 결정합니다.
만약 부과 기준율을 20%로 하고 나머지 조건은 공정위 의결과 동일하게 적용해 과징금을 계산하면 제당 3사의 총 과징금은 약 5천280억원으로, 의결서에 기재된 금액보다 1천320억원 정도 많아집니다.
그러면서도 공정위는 "담합이 약 4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고 국민 경제에 미친 악영향이 크며 재발 방지 등을 위해 엄중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원당 가격이 지속해 상승했음에도 제당 3사가 현저한 규모의 부당이득을 취득하면서 영업이익률이 오히려 증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명시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만약 공정위가 리니언시 혜택을 부여했다면 실제 과징금은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월 초 국무회의에서 "설탕 사건의 경우는 자진 신고 1순위와 2순위가 검찰과 공정위가 달랐다"며 리니언시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리니언시를 적용하면 실제 과징금이 공정위 발표 금액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에 관해 공정위는 지난 2월 "사실과 다르다"며 "자진신고 감경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감경 인정 요건을 엄정하게 심의해 감면 여부를 결정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법조계에 따르면 제당 3사는 이번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업체들이 조사·심의에 협조했다며 과징금을 대폭 깎아주고도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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