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유언' 두고 은행과 소송전…4년 만에 대법 승소
SBS Biz 정광윤
입력2026.05.04 07:50
수정2026.05.04 07:58
[대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부형제가 병상에서 남긴 유언의 효력을 둘러싸고 은행과 소송전을 벌인 A씨가 약 4년 만에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 판결을 받았습니다.
오늘(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가 은행을 상대로 낸 예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항소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습니다.
A씨와 어머니가 같고 아버지는 다른 이부형제 B씨는 지난 2021년 4월 "A씨에게 예금채권과 주거지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등 재산 전부를 증여한다"는 내용의 유언을 남기고 사흘 뒤 사망했습니다.
유언을 말로 전달한 뒤 이를 들은 증인이 필기·낭독해 재차 확인하는 구수증서 방식이었고, 당시 입원해있던 B씨가 유언하는 모습은 현장 증인에 의해 녹화됐습니다.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질병 등 급박한 사유로 녹음, 자필증서 등 방식을 택할 수 없을 때 허용되는 절차입니다.
이후 A씨는 유언장에 B씨 재산으로 적힌 예금채권에 예치된 약 9천600만원을 받으려 했으나 은행이 지급을 거부하자 지난 2022년 8월 소송을 냈습니다.
1심에선 B씨의 유언으로 재산을 증여하는 행위가 '포괄적 유증'인지 여부를 따졌습니다.
포괄적 유증은 재산이 직접 수증자에게 이전되는 형태로, 재산이 상속인에게 우선 귀속되는 특정적 유증과 구분됩니다.
대법원 판례상 포괄적 유증으로 인정되려면 유언에서 언급한 재산 외 다른 재산이 없음이 인정돼야 합니다.
수증자이지만 상속인은 아니었던 A씨는 "망인의 재산은 유언에서 언급한 게 전부고, 녹화 영상에서 망인이 '전 소유를 A씨에게 증여한다'고 말한 만큼 포괄유증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신청한 증거만으로는 망인에게 유언장에서 표시된 재산 외 다른 재산이 없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한 은행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A씨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선 B씨 유언이 구수증서 유언의 요건을 갖췄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은행 측은 "구수증서 유언은 급박한 사유로 다른 유언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만 인정되는데, 망인은 녹음 또는 공정증서에 의한 방식으로 유언할 수 있었다"라며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망인이 "유언장이 작성될 당시 망인은 재산 상태, 유증의 의미, 상대방 등을 충분히 인지하고 말할 수 있었던 만큼 녹음에 의한 방식으로 유언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은행 측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망인이 모든 재산을 A씨에게 증여한다고 말하는 모습이 녹음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녹음본이 민법상 '녹음에 의한 유언'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며 역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녹음에 B씨가 날짜를 말하거나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을 구술한 대목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B씨가 녹음에 의한 방식으로 유언할 수 있었다는 2심 판단에 오류가 있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유언 당시 망인은 호흡곤란 증상으로 산소호흡기를 낀 상태로 정상적인 발음에 장애가 있었고 자유롭게 계속 말하는 것 또한 곤란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제삼자의 도움 없이 스스로 유언 취지를 자필증서로 작성하거나 육성을 녹음해 주도적으로 유언 취지, 성명, 연월일을 구술하는 등 행위를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B씨가 유언 이후 사흘 만에 사망한 사정을 고려하면 녹음 외 다른 방식에 의한 유언이 가능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망인은 질병 등 급박한 사유로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등 방식에 의한 유언이 객관적으로 가능하지 않았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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