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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는 왜 '조직'을 떠나나?…'OPEC 탈퇴'의 진실

SBS Biz 정광윤
입력2026.04.30 10:55
수정2026.04.30 11:14

[앵커]

이란 전쟁이 중동을 뿌리째 흔들면서 참 많은 것이 드러나고, 또 바뀌고 있습니다.

이해관계는 더 얽히고설키고, 어제의 동맹이 오늘은 아닌, 각자도생의 결단들이 속출하고 있는데요.

이번 주 아랍에미리트의 OPEC 탈퇴 선언도, 전쟁이 트리거가 된 묵은 압력의 방출, 균열의 시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정광윤 기자와 분석해 보겠습니다.

아랍에미리트가 갑자기 탈퇴를 선언해서 깜짝 놀랐어요?

[기자]

심지어 발표시점으로부터 고작 사흘 뒤 탈퇴한다고 선언해 충격이 더 컸습니다.

UAE 정부는 현지시간 28일 성명을 통해 "5월 1일부로 OPEC과 OPEC+를 탈퇴하겠다"며 "국가 장기전략과 이익, 생산능력 등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공급난과 관련해 "시장의 긴급한 수요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키겠다"고 강조했는데요.

UAE 에너지부 장관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OPEC 생산량 제약에서 벗어나 유연성을 갖게 됐다"며 "세계 원유 시장에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공급주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UAE는 그간 OPEC 내 할당량 때문에 하루 335만 배럴 수준으로 묶여있던 원유생산을 내년까지 500만 배럴로 1.5배가량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결국 석유를 더 팔고 싶다는 건데, 그간 OPEC 내에선 해결이 안 됐던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OPEC을 주도하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고유가를 유지하기 위해 회원국들 증산을 억눌러왔기 때문입니다.

OPEC+ 기준으로 할당된 일일 생산량은 사우디와 러시아가 1천만 배럴 안팎으로 1, 2위고, 3위 이라크와 4위 UAE는 그 절반이 채 안됩니다.

당연히 사우디와 러시아 두 나라 입김이 가장 강하게 작용한 결과인데요.

특히 사우디는 재정수입 상당 부분을 원유에 의존하는 와중에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각종 투자·개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배럴당 80달러 이상 유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석유 외에도 물류, 관광 등 수입원이 상대적으로 다양한 UAE는 배럴당 50달러선에서도 충분히 수익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사우디와 달리 "팔 수 있을 때 많이 팔자"는 쪽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 성명에서도 UAE는 "OPEC 회원국으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 상당한 기여와 더 큰 희생을 감수해 왔다"며 그간 할 만큼 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앵커]

참아왔다는 건 알겠는데, 왜 하필 전쟁이 한창인 때에 급하게 발표했을까요?

[기자]

고유가로 돈방석에 앉을 기회가 왔는데 계속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UAE 국영석유공사는 1500억 달러를 투자해 내년까지 생산능력을 확충할 계획이었지만 이미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비싼 돈 들여 만든 시설이 할당량에 발목 잡혀 놀고 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UAE는 사우디와 함께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송유관을 갖춘 단 두 개 국가 중 하나인데요.

봉쇄 때문에 원유를 쌓아둔 채 발만 동동 구르는 이웃들과 달리 오만만에 면한 푸자이라 항구를 통해 수출하면서 고유가 혜택를 누릴 수 있습니다.

또 OPEC 탈퇴 시점을 저울질하던 UAE에게 이란 전쟁이 명분을 제공한 측면도 있습니다.

로이터는 "이번 혼란이 UAE에게 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거의 주지 않고 OPEC에서 빠져나올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는데요.

"다른 아랍국가들이 UAE에 대한 이란의 공격에 충분한 보호조치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쟁 개시 이래 이란에게 만만한 보복대상으로 지목된 UAE가 드론과 미사일을 3천여발 뒤집어쓰며 '샌드백' 신세가 되는 동안, 이웃 걸프국들이 뒷짐 지고 있던 점이 탈퇴의 기폭제가 됐다는 겁니다.

[앵커]

UAE에 이어 다른 OPEC 회원국들의 탈퇴 가능성도 있을까요?

[기자]

이라크, 쿠웨이트, 베네수엘라 등이 뒤따라 발을 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우선 OPEC 내 2위 생산능력을 보유한 이라크는 장기간 전쟁으로 불안정한 경제와 낙후된 기반시설을 되살려야 하는 탓에 증산에 따른 추가 수익이 더욱 절실한 상황입니다.

다만 내부 이권다툼이 심하다는 점이 OPEC 탈퇴 걸림돌로 지목되는데요.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안정적인 유가 보장을 위해 강력한 기구를 선호한다"며 잔류 의사를 드러냈습니다.

쿠웨이트와 나이지리아 역시 OPEC 내에서 증산요구를 묵살당해 온터라 불만이 많습니다.

특히, 쿠웨이트는 향후 생산능력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는데 현재 할당량만으론 시설을 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탈퇴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독자적인 생존 능력이 낮아 탈퇴가 좀 더 어렵다는 평가인데요.

베네수엘라에 대해 블룸버그는 "현 야당이 그동안 OPEC과 적대적 관계였다"며 "차기선거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UAE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습니다.

[앵커]

UAE의 탈퇴로 OPEC의 영향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겠군요?

[기자]

수십 년간 유지된 OPEC의 가격통제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블룸버그는 "원유시장에서 수차례 제기됐던 'OPEC은 죽었다' 주장은 항상 시기상조였지만 이번엔 다르다"며 "창립 이래 가장 큰 존립 위기"라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카타르와 에콰도르, 앙골라 등 소규모 산유국들이 탈퇴한 선례가 있지만 이번엔 차원이 다르다는 건데요.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UAE 탈퇴로 OPEC 생산능력은 13% 감소해 시장지배력이 상당히 약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은 "UAE는 사우디와 함께 의미 있는 예비 생산 능력을 보유해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번 탈퇴가 사우디의 OPEC 내 지배력에 불만을 품은 여러 걸프국들 반발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다만 UAE를 비롯해 OPEC+ 회원국들 상당수가 이미 암묵적으로 할당량을 무시한 채 초과 생산해 왔고, 어차피 핵심은 예나 지금이나 사우디라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블룸버그는 "UAE의 탈퇴가 연합의 즉각적인 붕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특히,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OPEC+ 회원국들 탈퇴를 촉발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앵커]

이번 UAE의 행보가 국제유가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CNN은 "OPEC의 힘이 약화되면서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이로울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석유카르텔'의 가격 담합이 한층 어려워진 만큼 국제유가 하락, 더 나아가 물가상승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전 세계 원유생산량 1위 국가인 미국의 에너지 시장지배력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미국 원유 수출량은 하루 350만~450만 배럴 수준이었지만, 4월 일평균 생산량은 처음으로 500만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로이터는 종전 이후 OPEC+와 UAE, 미국 간 경쟁이 붙으며 유가급락을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봤는데요.

이를 두고 "미국의 승리"라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특히 "미국이 중동의 안보를 지켜주는 동안 OPEC이 유가를 높게 유지해 전 세계를 착취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UAE 탈퇴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다만 단기적으론 유가하락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요.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 다시 열릴지 불확실성이 큰 탓에 미국 석유업체들이 생산확대에 투자하길 주저하고 있고, 해협 봉쇄를 우회할 수 있는 UAE의 수출 물량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정광윤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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