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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게" vs. "못 믿겠어"…'봉쇄카드'에 스텝 꼬인 트럼프

SBS Biz 정광윤
입력2026.04.24 10:47
수정2026.04.24 11:13

[앵커]

이란 상황, 축약하면 이렇습니다.

미국은 빨리 이란과 협상하고 싶고, 이란은 호르무즈를 무기 삼아 버티고 있습니다.

더 급해 보이는 쪽은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이란을 다시 때리는 옵션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죠.

어디서부터 꼬였고, 어떻게 하면 풀릴까요?

정광윤 기자와 짚어가겠습니다.

이란과의 휴전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이런다고 협상이 열릴 수 있을까요?

[기자]

'2주 휴전' 만료가 임박한 지난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논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란 정부가 분열돼 있으니, 통일된 제안을 내놓을 때까지 공격을 중단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번에도 중재국 파키스탄 부탁을 수용했을 뿐, 본인이 먼저 꼬리 내린 게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전과 달리 기한을 못박지 않은 것도, 앞서 찔끔찔끔 연장할 때마다 모양 빠지는 모습이었던 걸 감안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면서도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는 계속한다"고 밝혔는데요.

압박은 유지하되, 시간은 줄테니 빨리 정리해서 나오라는 겁니다.

[앵커]

정작 이란은 휴전 연장을 인정하지 않았잖아요?

[기자]

이란 국영방송은 "휴전연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이란 국익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타스님 통신은 "미국이 봉쇄를 풀기 전까지 호르무즈해협 개방은 없을 것"이라며 강경대응을 시사하는 군 관계자 발언도 전했습니다.

대미협상을 주도해 온 이란 정부 인사들마저 "봉쇄 자체가 전쟁행위"라면서 휴전은 이미 깨진 셈이라고 지적했는데요.

"휴전연장은 기습공격을 위한 시간벌기용 계책"이라는 비난까지 쏟아냈습니다.

이번 주 기대를 모았던 2차 협상 역시 이란이 "봉쇄부터 해제해야 만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결국 불발됐습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을 무기한 연장하면서까지 이란과의 협상을 추진하는 배경,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기자]

현재 미국이 들고 있는 압박용 카드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크게 보면 공격 재개와 봉쇄 유지 이 두 개 밖에 없는데요.

일단 "해협을 열지 않으면 발전소 등 인프라를 초토화하겠다"는 협박은 이제 '약발'이 다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실제 공격에 나선다면 주변국에 대한 이란의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보복이 확대될 수 있는데요.

때문에 사우디를 비롯한 미국의 걸프 동맹국들이 결사적으로 말리고 있습니다.

전쟁 초기부터 언급된 지상작전은 더 어려운 선택지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격추된 미군 전투기 조종사를 간신히 구출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위험감수 성향이 바닥났다"며 "허세 부리는 이면에 두려움이 가득하다"고 보도했는데요.

"이란 경제 거점인 하르그섬을 점령하자"는 참모진 제안도 사상자가 속출할 것을 우려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유가충격과 반전여론을 감안하면 확전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앵커]

그렇다고 지금처럼 해상봉쇄로 이란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

[기자]

다양한 분석과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 최고사령관은 "봉쇄로 인해 이란 경제가 질식할 것"이라며 "상황이 더 나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다른 분석가들은 "이란은 고통을 감수할 각오가 돼있지만 세계는 훨씬 더 높아진 유가와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또 봉쇄조치가 길어질수록 미 해군이 이란산 원유의 주 구매자인 중국 선박을 나포하는 등 충돌을 빚으면서 자칫 전쟁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앵커]

이란과의 치킨 게임이지만, 중국을 움직이려는 의도는 없을까요?

[기자]

로이터,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은 미국의 해상봉쇄 이면엔 중국이 이란 정부에 해협개방을 압박하도록 하려는 속셈도 깔려있다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중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적·간접적 영향력이 가장 큰 나라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당장 해협 봉쇄로 인한 직접적 손해도 상당하고, 전 세계 경제가 악화되는 것도 수출대국 입장에서 좋을 게 없습니다.

다만 악시오스는 "중국 관리들이 궁극적으론 해협개방과 지정학적 안정을 원하긴 하지만 미국이 값비싼 미사일 등 군사자원을 마구 소모하고,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약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즐기는 듯 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손해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고, 다른 나라들보다 상황이 낫기 때문에 미국 바람대로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앵커]

이란의 관점에서도 상황을 분석해 보죠.

2차 협상을 거부한 속내는 뭘까요?

[기자]

호르무즈 해협만 쥐고 버티면 원하는 종전 조건을 얻어낼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입니다.

미 해군이 이란 관련 선박들을 나포하자 혁명수비대도 해협에서 민간선박들을 나포하면서 똑같이 되갚아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과 달리 봉쇄 말고도 아직 손에 쥐고 있는 카드들이 많습니다.

이란 군부와 연계된 타스님 통신은 "원유와 가스뿐 아니라 걸프국 해저케이블들도 해협을 지난다"며 "중요한 인터넷 길목이자 중동 디지털 경제의 취약점"라고 보도했는데요.

수면 위를 봉쇄하는 것도 모자라 수면 아래 통신선까지 차단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겁니다.

이 밖에도 해협을 우회하는 사우디 송유관 공격이나, 동맹인 후티반군을 이용한 홍해 봉쇄 등 아직 쓰지 않은 카드들이 많은데요.

미국이 더 강경책을 내세워 해협 봉쇄를 흔들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아껴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여기에 이란 내부 분열도 협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요?

[기자]

1차 종전협상을 이끌었던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군부 압력을 받고 사임했다는 보도가 이스라엘 매체에서 나왔습니다.

사실인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는데요.

어쨌든 이란 지도부 균열 얘기는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는 "갈리바프 의장이 협상에 반대하는 혁명수비대 장성들과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심지어 모습을 감춘 채 강경한 서면발언만 내놓는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직접 접촉할 수 있는 건 혁명수비대 사령관뿐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군부가 허울뿐인 지도자를 내세워 이란 내 실권을 잡으면서 협상타결에선 더욱 멀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이와 관련해 모즈타바를 비롯한 이란 수뇌부들은 "균열 같은 건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앵커]

호르무즈가 막힌데 따른 충격은 갈수록 커지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에너지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전 세계인 원유 '사재기'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미리 원유 확보에 나서면서 실제 부족분 이상의 가격 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돈 많은 국가들이 앞다퉈 원유를 쟁여놓으면서 공급부족에 가격이 더 뛰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론 가난한 나라일수록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국제기구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에너지 비축과 수출 금지 조치가 전 세계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각국에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는데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전 세계가 마스크, 백신 확보에 '아귀다툼'을 벌였던 점을 돌이켜보면 협조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게다가 천연가스를 가공해 만드는 비료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농기계 작동, 식량 운송에 필요한 연료비가 오르면서 식량 문제가 불거질 것이란 우려도 큽니다.

국제기구인 세계식량계획은 전 세계에서 심각한 식량난을 겪는 인구가 4천500만 명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지난달 내놓기도 했습니다.

[앵커]

정광윤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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