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최고 가격제 물가 낮췄다"…여전한 실효성 논란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정부가 시행한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가 소비자 가격 안정에 일정 부분 효과를 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다만 정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과 함께 에너지 절약 유인 약화, 소득계층 간 형평성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지적됩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일 중동 전쟁 대응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국내외 경제 여건을 점검하고, 최고가격제가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KDI에 따르면 1차 최고가격제는 지난 3월 소비자물가를 0.4~0.8%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2%였던 점을 고려하면, 제도가 없었다면 물가 상승폭이 3% 안팎까지 확대됐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특히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효과를 합산할 경우 물가를 1%포인트 가까이 낮추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으며, 국제유가 급등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은 9.9% 뛰었습니다. KDI는 이달부터 본격 반영되는 유류세 인하 효과가 약 0.2%포인트 수준의 추가적인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한 유류세 인하분이 정유사 공급 축소 없이 가격에 반영되면서 소비자에게 혜택이 전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역시 공공부문 차량 2부제와 민간 자율 5부제 시행으로 석유제품 소비가 하루 평균 3.0~3.8%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소비 측면에서는 전쟁에 따른 뚜렷한 위축 신호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KDI가 올해 1~3월 신용카드 이용금액을 과거 3개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전체 이용금액은 감소하지 않고 보합세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다만 음식·음료 서비스업 지출은 전쟁 이전부터 이어진 소폭 감소세가 이후에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면서 에너지 절약 유인이 약화될 수 있고, 체감 가격 하락이 오히려 연료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형평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 가구의 월평균 연료비 지출은 약 20만 원으로, 하위 10%(약 2만4000원)의 8배 수준입니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유류세 인하와 최고가격제 혜택이 고소득층에 더 크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KDI는 특히 가계 부담 측면에선 저소득 가구에서 고유가 충격이 클 거로 예상됐습니다.소득이 낮을수록 주거 광열비와 운송용 연료비 비중이 높아 고유가에 더 취약하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기초생활보장 수급 가구보다 운송용 연료비 지출이 큰 비수급 가구의 에너지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에 따라 KDI는 고유가로 인한 피해 지원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가구 특성에 맞춘 맞춤형 에너지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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