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올린다고 혈세 쓰나…국립대도 평가기관에 수억원 지출
SBS Biz 지웅배
입력2026.04.14 07:26
수정2026.04.14 07:29
정부 재정 지원을 받는 국립대들이 글로벌 랭킹 상승 전략 수립과 분석 작업에 거액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14일)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실이 제출받은 지방 거점 국립대 9곳의 최근 10년 치 랭킹 전략 자문 용역 사례에 따르면 일부 학교가 영국 대학 평가기관 QS와 THE에 최소 수천만원에서 최대 수억원을 지출했습니다.
단순히 홍보비를 집행하는 수준을 넘어, 이들 기관의 지표 분석 프로그램을 유료로 구독하거나 평가기관으로부터 직접 컨설팅을 받는 데 돈을 쏟아부은 것입니다. 17년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 속에서도 국립대조차 평가기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입니다. 랭킹이 곧 재정·인지도와 직결되는 사립대의 경우 평가기관에 묶여있는 재정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강원대는 2023년부터 3년간 THE의 평가 지표 분석 프로그램인 '데이터 포인트' 구독에 매년 1억원 이상을 썼습니다. 3년간 총지출액만 약 3억4천만원에 달합니다. 이는 자사의 평가에 참여하는 전 세계 대학들과 각종 지표 및 점수 현황·분포도를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THE가 제공하는 유료 구독 프로그램입니다.
강원대는 이를 통해 ▲ 교육 ▲ 연구환경 ▲ 연구의 질 ▲ 산학협력 ▲ 국제화 등 지표별로 전 세계 순위 변동을 점검하고 9개 거점 국립대 간 우열을 비교하는 자체 보고서를 작성해 왔습니다.
경북대도 2019년 THE의 분석 프로그램에 3천만원가량을 지출했습니다. 이후 프로그램을 추가 구매하진 않았으나,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QS와 THE 양 기관에 광고비 명목으로 또다시 2억여원을 집행했습니다.
경상국립대는 지난해 3만5천달러(약 5천200만원)를 내고 아예 QS로부터 지표 분석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보고서에는 QS 평가의 핵심인 '평판도' 지표가 약점으로 지적됐습니다. 논문당 피인용 수가 낮아 개별 연구가 글로벌 학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떨어지는 등 홍보 부족이 부각됐습니다. 평가기관으로부터 직접 '평판도 관리'에 집중하라는 가이드를 받은 셈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출이 랭킹 상승효과로 이어졌는지는 불분명합니다. 강원대의 프로그램 구독 기간 THE 순위는 1천201∼1천500위 구간으로 3년 내내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경북대는 5년간 THE 순위가 801∼1천위에서 501∼600위로 올랐지만, QS 순위는 500∼550위 사이에서 요동쳤습니다. 경상국립대 역시 QS와 THE 순위 모두에서 뚜렷한 상승 기조는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투자 대비 효과가 미미함에도 대학들이 평가기관과의 '직거래'를 끊지 못하는 건 그만큼 순위 상승이 절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QS·THE가 아닌 외부 사설 업체에 전략 자문을 맡긴 국립대 사례도 있습니다. 한밭대와 창원대는 각각 2024년과 지난해 2천만원과 4천800만원을 주고 업체에 대학순위 대응 전략 수립 용역을 맡겼습니다. 전남대도 지난해 수의계약 형태로 2천200만원 상당의 관련 용역 계약을 맺었습니다.
컨설팅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해당 분야 전담 직원이나 교수를 배치하는 등 대학들의 '랭킹 대응 전략'은 갈수록 다변화하는 추세입니다. 일부 사립대는 최근 거액을 들여 QS나 THE의 국제 행사를 유치하고, 아예 대학 경영진의 핵심성과지표(KPI)에 QS 지표를 직접 연동하는 실정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가에선 대학의 운영이 평가기관의 입맛에 맞춘 지표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상을 두고 '꼬리(지표)가 몸통(기관)을 흔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2022년 미국 UC버클리 연구진은 '이해충돌이 대학순위를 왜곡하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글로벌 랭킹 시스템의 맹점을 꼬집은 바 있습니다.
2016∼2021년 러시아 28개 대학을 조사한 이 연구는 QS와 컨설팅·광고·분석 서비스를 거래한 대학이 그렇지 않은 대학보다 5년간 평균 순위가 상승했음을 입증했습니다. 순위 상승의 여지가 존재하는 한, 대학들로서는 평가기관의 각종 상업적 비즈니스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모순을 보여준다는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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