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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이슬라마바드 마법' 통할까?

SBS Biz 송태희
입력2026.04.10 07:59
수정2026.04.10 13:35

[폭 39㎞ 호르무즈에 관심(CG)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반세기 만에 다시 중재자로 나선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 마법'이 과연 통할까?



1971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인 헨리 키신저는 7월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하던 중 비밀리에 중국 베이징으로 날아갔습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려는 닉슨 대통령의 밀명을 이행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키신저의 비밀 방중은 파키스탄이 중국과의 긴밀한 외교 채널을 통해 적극적인 만남 주선과 의제 중재에 나선 덕분이었습니다. 이듬해 닉슨의 방중이 실현됐고 '세기의 이벤트' 미중 수교로 이어졌습니다. 

파키스탄이 이번에는 반세기가 지나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의 중재자로 등장해 '2주 휴전'이라는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확전을 우려하던 세계는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의 휴전 발표에 일단 안도했습니다. 
 
인구 2억명이 넘는 파키스탄은 핵무기를 갖고 있으나 경제와 치안이 취약한 국가입니다. 1990년대 말 비공식 핵 보유국이 된 파키스탄은 핵기술을 이란과 북한 등에 넘긴 사실이 알려져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서방 국가들에 적성국으로 취급받았던 파키스탄이 어떻게 미국과 이란의 전쟁 중재자로 부상했을까?



먼저 꼽을 수 있는 자격은 전쟁 중인 미국·이란 모두와 원만한 관계 유지와 대화 채널을 갖고 있는 국가라는 점입니다. 파키스탄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안보 파트너였으며 아프간 전쟁 때도 적극 지원했다. 이와 동시에 이란과 국경을 맞댄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중동의 정치적 역학 관계에서 핵심 요인인 종파 갈등에서도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전체 인구의 97%를 무슬림이 차지할 정도의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입니다. 그런데도 시아파 중심의 이란과 수니파 중심의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기에 중재자로 나설 수 있었습니다.

파키스탄은 이란과 긴밀한 중국과 전략적 관계도 맺고 있습니다. 이번 전쟁을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미국-이란-중국의 가교 역할이 가능했던 요인입니다. 

오는 11일(미국 동부 시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예정인 공식 협상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란의 핵 개발 포기,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통제권, 전쟁 피해 배상 등 난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양측의 '최대 요구'로 잔뜩 벌어진 거리가 얼마나 좁혀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여전히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의 중재로 얻은 '종전 기회'를 붙잡을지, 아니면 내팽개칠지는 그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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