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라면도 못 먹을 판"…사상 초유 포장재 대란?
[사진=연합뉴스]
중동발 원유 수급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식품업계 전반에 '포장재 대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비닐과 필름, 페트(PET) 용기 등 주요 포장재가 부족해질 경우 제품을 생산하고도 시장에 출하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라면과 과자, 음료, 냉동식품, 레토르트 식품 등 대부분의 가공식품은 포장재 없이는 유통이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는 단순한 원가 상승을 넘어 공급망 전반의 차질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등 13개 관련 단체는 지난 9일 공동 건의서를 통해 정부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이들은 비닐·필름·페트 용기 등 포장재 원료 재고가 일부 품목 기준 약 2주 수준까지 줄었다며 △포장재 원료 우선 공급 △원가 부담 완화 △관련 규제의 탄력적 운영 △행정·통관 절차 신속화 등을 요구했습니다.
박진선 한국식품산업협회장은 “현재 상황은 개별 기업을 넘어 식품 공급망 전체의 불안정으로 확대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품 산업 특성상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포장재 부족의 근본 원인은 원유 수급 차질입니다. 식품 포장재에 사용되는 비닐과 페트는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으로 가공해 생산됩니다. 그러나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원유 공급이 막히면서 관련 원료 수급도 급격히 악화된 상황입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도착한 마지막 중동산 원유는 지난달 20일 충남 서산 대산항에 입항한 유조선 ‘이글 벨로어’호 물량으로, 이후 추가 유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나프타와 이를 기반으로 한 PP·PE 역시 기존 재고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가격 상승과 재고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보유한 포장재 재고가 통상 1~3개월 수준에 그치고, 일부 품목은 더 빠듯한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는 기존 계약 물량으로 버티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5월이 1차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특히 비닐·필름 사용 비중이 높은 라면, 과자, 빙과, 냉동식품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포장지 재고가 한 달가량 남아 있지만 추가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태가 지속되면 비주력 제품부터 생산 조정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주력 제품에 포장재를 집중하는 ‘비상 대응’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플라스틱 배달 용기 사용이 많은 외식업계 역시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최근 포장재 공급난 완화를 위해 식품·위생용품 포장재 표시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대체 포장재 사용 시 스티커 표시를 허용하는 등의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원료 확보와 비용 지원 등 보다 직접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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