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롱' 막는 8주 룰…관건은 '진짜 환자' 보호 [취재여담]
SBS Biz 박연신
입력2026.04.04 18:00
수정2026.04.05 09:08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치료를 원칙적으로 8주 안에서 관리하는 이른바 ‘8주 룰’ 도입을 앞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과잉진료와 보험료 상승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는 반면,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보험사가 상해급수를 가르는 현행 구조부터 먼저 손봐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정부는 8주를 넘겨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 대해 예외 심사와 이의제기 절차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으로, 실제 현장에서 선의의 피해자까지 걸러지지 않게 보호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토부 "경상환자 90% 8주 내 치료 종료"
국토교통부는 경상환자의 90%가 8주 안에 치료를 마친다는 실증 데이터와 의사협회 지침(4주)을 근거로 정책 정당성을 강조합니다.
최근 3년간(2022~2024) 경상환자의 약 90%는 향후치료비 수령 여부와 무관하게 8주 이내에 치료를 마쳤습니다. 더불어 향후치료비를 수령한 경상환자의 약 84%는 실제로 추가 의료기관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국토부는 밝혔습니다. 대한의사협회 진단서 작성 지침 역시 삠·긴장의 통상 치료 기간을 4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무엇보다 8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 공공기관 내 전문 의료인의 검토를 거쳐 치료를 연장할 수 있으며, 검토 과정에서 추가 상병이 확인되면 상해급수 조정도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검토에 필요한 진단서 발급 비용과 8주 이상 검토가 지연될 경우의 치료비는 보험사가 부담하고, 신속한 처리를 위한 전산 시스템도 구축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상환자 비율이 상해등급 개편 이후 급증했다는 의료계 주장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습니다.
연령·기저질환 무관 동일 기준…보험사가 등급 결정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이번 정책의 가장 큰 결함으로 '판정 주체의 부적절성' 을 꼽습니다.
지난 2014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 이후, 환자의 상해 경중을 의료기관이 아닌 보험사가 분류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굳어졌습니다. 한의사들은 의학적 진단보다 보험사의 행정적 분류가 우선시되는 상황에서 치료 기간만 제한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처사라고 비판합니다. 현행 체계상 디스크나 인대 파열처럼 장기 치료가 필요한 부상도 수술을 받지 않으면 경상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아, 법령 기준과 실제 임상 사이에 괴리가 크다고 지적합니다.
연령과 기저질환을 무시한 동일 기준 적용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연령, 기저질환, 사고의 충격 강도에 따라 회복 속도가 천차만별인데 그럼에도 상해급수 12~14급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고령자나 체력이 약한 환자들의 치료권을 박탈하는 행위라는 주장입니다.
이의제기 절차, 모든 피해자가 활용할 수 있을까
국토부는 검토 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자동차손해배상보장위원회 내 공제분쟁조정분과위원회를 통해 심의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환자협회 측은 이 절차가 실질적으로 모든 피해자에게 열려 있는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피해자들이 복잡한 이의제기 절차를 인지하고 활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8주 룰이 보험사의 조기 합의 종용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관련 연구(Kim et al., 2021)에서 교통사고 피해자의 41.4%가 완치되기 전 조기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이유로 생업 복귀(57%)와 보험사의 합의 종용(41%)이 꼽혔습니다. 조기 합의 후 평균 4.14주간 건강보험이나 본인 부담으로 추가 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8주 룰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과잉 진료 차단이라는 공익과 환자 보호라는 사익 사이에서, 선의의 피해자를 가려낼 '정교한 잣대'를 마련하는 것이 이번 정책의 가장 큰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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