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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퇴직연금 문호 개방…‘위기의 사모대출’ 월가 로비 통했다

SBS Biz 임선우
입력2026.03.31 04:26
수정2026.03.31 05:45


최근 미국 사모대출 리스크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퇴직연금 사업자에 대한 관련 펀드 투자 문턱을 낮췄습니다. 사모대출 시장에서 투자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는 상황에서 시장을 유지하려는 월가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됩니다.



현지시간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는 이날 ‘401k’와 같은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사업자가 사모대출 펀드 등 대체자산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규정안은 특히 퇴직연금 수탁자가 투자 상품을 선택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세이프 하버’ 요건을 명시했습니다. 퇴직연금 수탁자는 펀드 성과, 유동성, 비용, 환매 대응 능력, 자산 평가 방식, 상품 구조의 복잡성 등에 대한 검토를 마친 뒤 세이프 하버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세이프 하버 요건을 충족했다고 해서 법적 책임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소송 위험을 줄이고 법적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대체자산이란 사모펀드(PE), 사모대출, 부동산, 인프라 등 상장주식, 채권과 같은 전통적인 투자자산이 아닌 자산을 폭넓게 지칭합니다.



유동성이 적고 투명성이 떨어져 기관투자가나 고액 자산가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401k와 같은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대체자산 투자를 금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간 규정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운용사들이 퇴직연금용 상품을 출시하기를 꺼려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체자산의 민주화' 방침을 내걸고 퇴직연금 계좌에서 대체자산 투자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제 정비를 추진해왔습니다.

블랙스톤, 아폴로, KKR 등 월가의 대체자산 운용사들은 기관투자자 자금 이외에 개인 자금을 유치하고자 퇴직연금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왔습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일부라도 사모대출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경우 이는 단기적으로 위기를 늦추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미국의 퇴직연금 시장 적립금은 14조2천억 달러(약 2경1500조원)에 달합니다.

사모대출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출 장벽을 높인 은행을 대신해 16년간 급성장했다가 최근 대규모 환매 위기를 맞았습니다. 신용을 과도하게 높게 평가받은 기업들의 잇딴 도산과 인공지능(AI)의 투자 업종 대체 위협 고조로 투자 심리가 악화된 탓입니다. 시장 규모를 키울 목적으로 무리하게 끌어들인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이제 블랙스톤·블루아울·아레스매니지먼트·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등 주요 사모펀드 운용사 상품에서 앞다퉈 발을 뺄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401k 산업을 대표하는 미국은퇴협회(AEA)의 브라이언 그래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규정안은 401k의 사모대출, 가상화폐 투자를 기존 주식·채권과 동일하게 취급하도록 의도됐다”고 진단했습니다.

WSJ은 “이번 규정안은 고비용 대체투자 상품을 퇴직연금 시장에 편입시키기 위해 로비를 벌인 월가 금융사들의 승리”라며 “일부 사모대출 펀드에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등 시장이 혼란에 빠진 상황이라 규정안 발표의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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