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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상장 금지에 PE업계도 멘붕…회수 길 막히고 투심 급랭

SBS Biz 윤지혜
입력2026.03.30 16:19
수정2026.03.30 16:53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자회사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고강도 규제를 공식화하면서 대기업 계열사뿐 아니라 사모펀드(PEF) 업계도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주요 투자금 회수(엑시트) 방안 중 하나인 기업공개(IPO)가 사실상 막힐 위기에 처하자 거래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오늘(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PE 운용업계에선 중복상장이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입니다. 정부의 중복상장 규제는 일반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상장기업의 종속회사 또는 계열회사 등이 IPO를 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단계에서 자금을 투입한 사모펀드들이 퇴로를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자본시장의 선순환 구조가 깨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금 구조를 재구조화하거나 일부 지분을 다른 운용사에 넘기는 등 사실상 금융 리파이낸싱에 가까운 투자만 이뤄질 가능성도 나옵니다. 이 경우 기업들의 외부 자금 유치는 제한될 뿐 아니라, 사실상 높은 금리만 지불하는 대출 성격의 거래에 한정될 수 있어 모험자본 본연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습니다.

SK에코플랜트·HD현대로보틱스 직격탄…기업 부담만 키운단 지적도


앞서 국내 다수의 대기업들은 자회사나 신사업을 키우기 위해 외부 자금을 수혈하면서 수년 내 상장 조건을 걸었습니다. 상장 시한이 도래했지만 정부 정책으로 IPO가 가로막히면서 기업과 재무적투자자(FI) 간 계약을 지키지 못했을 때의 패널티 등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대표적으로 SK그룹의 환경·에너지 기업인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2년 프리IPO를 통해 6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며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모회사인 SK(주)와의 중복상장 논란에 더해 최근 회계처리 이슈까지 겹치면서 IPO 동력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결국 SK에코플랜트는 상장을 강행하는 대신 FI들의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현금 상환)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과거 계약 당시 SK에코플랜트가 고의나 중과실로 IPO에 실패하면 원금에 연 12% 수준의 내부수익률(IRR)을 보장해 갚아줘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습니다. FI 입장에선 위약벌 조항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더 큰 재무 부담을 떠안게 되는 셈입니다.

HD현대로보틱스 또한 정기선 부회장의 1호 IPO 과제로 꼽혔으나 HD현대라는 상장 지주사의 자회사라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산업은행과 사모펀드 운용사 KY프라이빗에쿼티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연내 상장을 목표로 했지만, 규제 환경 변화로 인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엑시트 막히자 '구주 매각·세컨더리 딜'로 눈 돌려…시장 활성화엔 한계
한국거래소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오는 6월에 마련될 예정인 가운데 사모펀드들 사이에선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상장사가 아닌 중소형 규모의 미드마켓 딜에 집중하거나, 다른 사모펀드에게 포트폴리오를 넘기는 세컨더리(Secondary) 딜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세컨더리 딜은 한 사모펀드가 보유한 기업 지분을 다른 사모펀드가 인수해 가는 방식입니다. 신규 IPO가 어려운 환경에서 펀드 만기를 앞둔 운용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고육지책입니다.

상장 기한이 다 된 기존 사모펀드는 수익을 실현하고 나가고, 새로 들어올 사모펀드는 더 긴 호흡을 가져가겠다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새로 들어온 사모펀드 역시 결국에는 상장이라는 엑시트 전략을 기대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IB업계 관계자는 "주요 엑시트 방안 자체를 막아버리다 보니 해외 상장을 고민해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해외 상장조차 여의치 않으면 딜을 아예 보류시키거나 구주를 일부 넘기는 식의 우회로를 찾게 되는데, 이는 유망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모험자본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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