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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점심은 없다…RIA 계좌의 유혹 [시장 엿보기]

SBS Biz 신현상
입력2026.03.24 09:24
수정2026.03.24 09:30


RIA(Reshoring Investment Account) 계좌, 국내시장 복귀계좌가 마침내 출시됐다.  


이름부터 노골적이다. 
서학개미를 국내 증시로 유턴시키겠다는 의도(?)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금융상품이라기 보다는 정책에 가깝다. 

해외주식 투자자에게 가장 불편한 숫자는 수익률 옆에 늘 따라붙는 ‘22%’다.


밤잠 설쳐가며 얻은 성과의 5분의 1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사실은 매도를 망설이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장벽이다.
그런데 해외주식을 매도(5천만원 한도)하고, 원화로 환전한 후 국내 주식에 투자하면 22% 양도세를 한시적(복귀 시점별 차등 혜택)으로 감면해 주겠다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솔깃한 제안이다.
세금 때문에 차익 실현을 미뤄왔다면 한 번쯤 고민할 만한 카드다.
22%라는 숫자가 곧바로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도의 출발점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관련 법안이 국회를 완전히 통과되기도 전에 부칙을 근거로 서둘러 출시됐다.
그만큼 달러원 환율 급등 상황이 급박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앞서 금융상품이 아니라 정책에 가깝다고 말한 이유다. 

문제는 혜택만큼 조건도 강력하다는 점이다.
RIA 계좌는 사실상 ‘국내 투자 의무 계좌’다.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해외주식을 팔아 원화로 바꾼 후 그 돈을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ETF 등에 최소 1년 이상 투자해야 한다.
중간에 자금을 인출하면 감면받은 세금은 물론 이자까지 더해 다시 내야 한다. 한마디로 ‘1년간 봉인’이다.

투자방향을 국내로 돌리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는 쉽지 않다.
올해 안에 다른 계좌에서 해외주식을 새로 매수하면 그 금액만큼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세금 혜택만 챙기고 다시 미국 시장으로 돌아가는 길을 원천적으로 막아둔 셈이다.

결국 RIA 계좌를 선택한다는 것은 1년 동안 달러 자산의 성장성과 글로벌 투자 기회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세금을 아끼는 대신 투자자유를 제한하는 구조인 셈이다.

정부가 기대하는 환율 안정 효과 역시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개인 투자자 자금 규모와 5천만원이라는 한도를 고려하면 외환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환율은 금리 격차, 무역수지, 글로벌 달러 흐름 같은 구조적 요인에 좌우된다.
개인 자금 이동만으로 큰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

서학개미의 대규모 귀환 가능성도 의문이다.
해외투자 열풍의 이유는 세금이 아니라 성장성과 분산 투자, 그리고 달러 자산 선호에 있다.
단순한 세제 혜택만으로 투자 방향을 바꾸기에는 유인이 부족하다.
특히 장기 투자자일수록 1년 의무 보유 조건은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그렇다고 RIA 계좌가 무의미한 정책은 아니다. 특정 투자자에게는 매우 유용한 ‘전략적 출구’가 될 수 있다.
이미 해외 주식에서 상당한 평가차익을 얻었고, 마침 포트폴리오를 국내 자산 중심으로 재편하려던 투자자라면 더 그렇다.
세금을 절약하는 순간 그만큼 확정 수익이 늘어난다.

결국 RIA 계좌의 본질은 장기투자 상품이 아니다. 조건부 절세 통로다. 다만 투자선택의 폭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결국 투자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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