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험 '설명의무' 후폭풍…전이암 분쟁 번진다
SBS Biz 이민후
입력2026.03.23 16:12
수정2026.03.23 17:06
암이 다른 부위로 퍼졌더라도 처음 발생한 암 종류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해 온 관행을 둘러싸고 소비자 분쟁이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이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이 기준이 적용되면 갑상선암 등 소액암으로 분류된 경우 이후 전이암이 발견돼도 보험금이 크게 줄어들 수 있어 분쟁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오늘(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원발암 기준 분류' 규정과 관련해, 과거 계약에서 해당 기준이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설명이 미흡했던 계약을 중심으로 소비자 보호 필요성을 인식하고, 보험금 추가 지급 여부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실제 추가 지급이 시장에 미칠 영향도 함께 고려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보험금 지급이 현실화될 경우 보험사의 손실 확대는 물론 보험료 인상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에서는 유사 사례에 대한 보험금 추가 지급이 현실화될 경우 보험사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많게는 수백억원 규모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일반암 진단비가 통상 5천만원 수준인 반면, 갑상선암 등 소액암은 수백만~수천만원 수준에 그쳐 최대 10배 가까운 차이가 발생합니다.
법원서도 가입자 손 들어줘…'설명의무' 해석 판결 잇따라
이 같은 당국 움직임의 배경에는 최근 법원이 보험사의 설명 의무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기 떄문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뒤 림프절 전이암이 발견된 A씨가 삼성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가입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보험금 차이가 수천만원에 달하면서 분쟁으로 이어진 사건에서 A씨는 사실상 승소하며 보험금을 추가로 지급 받았습니다.
법원은 삼성화재가 이미 지급한 보험금을 제외한 차액 3천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보험사가 상고하지 않으면서 해당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재판의 핵심은 '설명의무'였습니다. 삼성화재는 암이 전이되더라도 최초 발생 부위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원발부위 분류 조항'을 근거로 소액암 보험금(약 2천만원)만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규정이 담긴 상품설명서의 글씨가 7~8pt 정도로 매우 작고, 2페이지에 걸쳐 방대하게 나열되어 있어 가입자가 그 내용을 충분히 예상하거나 인지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일반암 보험금 5천만원 전체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항소심은 보험의 합리적 해석을 근거로 금액을 일부 조정했습니다. 갑상선암 보험금을 이미 지급받은 경우 일반암 보험금 한도 내에서 차액만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 것입니다. 보험사가 상고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확정됐습니다.
이같은 판단은 대한민국 대법원 판례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암 보험금 지급 시 원발부위를 기준으로 분류하는 약관에 대해 보험사가 이를 가입자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즉, 약관에 관련 규정이 기재돼 있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실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지 않았다면, 해당 조항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제한하기는 어렵다는 법리입니다.
"과거 계약 중심 추가 청구 가능성"…소비자 점검 필요
이처럼 설명의무가 강조되면서 소비자들도 자신의 보험 계약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이번 판결은 전화를 통한 보험계약(TM) 등 비대면 환경에서도 동일한 설명의무 기준이 적용된다는 점을 하급심에서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확대 범위가 넓어질 수 있습니다.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비대면 계약이라 하더라도 가입자가 약관의 중요 내용을 실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지 않았다면 기재된 조항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상품설명서에 원발암 기준 분류 규정이 명확히 기재돼 있는 경우에는 추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상품설명서 개선이 이뤄진 만큼 최근 계약의 경우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 변호사는 "가입시 받은 상품설명서를 통해 해당 설명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만약 없다면 보험사 홈페이지 공시실 등을 통해서 일반암 기준 보험금 청구 가능성을 검토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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