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시간 연장의 역설…편리함보다 위험이 커졌다 [시장 엿보기]
SBS Biz 신현상
입력2026.03.18 08:53
수정2026.03.18 08:59
오는 9월14일부터 국내 주식시장의 문이 오전 7시에 열린다.
금융당국은 글로벌 경쟁력과 투자 편의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시장의 문턱이 낮아진다고 투자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변화는 개인 투자자에게 더 정교하게 설계된 ‘불리한 경기장’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먼저 직면할 문제는 얕은 유동성이다.
정규장 외 시간은 거래량이 적어 호가 공백이 발생하기 쉽다.
기관과 외국인은 알고리즘과 대규모 자금을 통해 가격 변동을 통제하거나 활용할 수 있지만, 개인 투자자는 단 몇 주의 매도세에도 가격이 출렁이는 불안정한 호가창에 노출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슬리피지(원하는 가격과 실제 체결가의 차이) 비용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 된다.
즉, ‘편리하게’ 일찍 거래하는 대가로 정규장보다 훨씬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진입하거나, 헐값에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해질 수 있다.
또 하나, 거래 시간의 연장은 정보 비대칭성을 더욱 심화시킨다.
기관과 외국인은 24시간 가동되는 데이터 분석 시스템과 전담 트레이더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생업이 있는 대다수 개인 투자자는 오전 7시부터 시장을 모니터링하기 어렵다.
밤사이 발생한 미국 시장의 변수가 프리마켓에 즉각 반영될 때, 대응 속도가 느린 개인은 이미 가격 조정이 끝난 뒤에야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결국 정보의 선반영은 기관의 수익 기회가 되고, 사후 대응은 개인의 손실 확정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선후 관계가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
그동안 한국 증시는 밤사이의 충격을 개장 시점과의 갭으로 소화했다.
이는 투자자에게 일종의 심리적 방어막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거래 시간이 늘어나면 충격은 실시간으로, 그리고 길게 발생할 수 있다.
시장 변동성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투자자의 심리적 에너지는 빠르게 고갈된다.
아침 일찍부터 확인해야 할 지표가 늘어나고, 장 마감 후에도 시장의 눈치를 봐야 하는 환경은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기 충분하다.
곧 수익률 하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나 24시간 거래가 가능해진 환경에서도 확인됐듯이 거래 시간의 확대는 결코 개인에게 유리하지 않다.
오히려 자본과 정보 우위에 있는 주체들이 프리마켓에서 가격을 띄우고 정규장에서 물량을 넘기는 식의 전략을 구사할 판을 깔아준 경우가 많았다.
결국 시간의 확대는 공정한 기회의 배분이 아니다.
자본의 체력이 강한 자들이 더 오랫동안 시장을 사냥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한 것에 가깝다.
개인 투자자에게는 ‘언제든 대응할 수 있다’는 안도감보다 ‘대응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다’는 공포가 더 큰 손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길어진 거래시간은 편리함의 확장이 아니라 위험 노출 시간의 확대일 수 있다.
개인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매수 주문이 아니라, 더 난해해진 시장으로부터 어떻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가다.
그러기 위해선 시장이 유혹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애써 참고 외면하는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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