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EU, 트럼프 파병 요구 사실상 거부…"나토 문제도 아냐"

SBS Biz 정광윤
입력2026.03.17 03:43
수정2026.03.17 05:40

[호르무즈 해협을 향해 항해하는 화물선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호위에 국제사회가 동참해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현지시간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현재 홍해에 국한된 EU 해군의 작전 지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할 의향이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이날 회원국 외무장관들의 논의에서 홍해에서의 해군 임무를 강화하고자 하는 "분명한 소망"이 드러났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아스피데스 작전 권한을 변경하려는 의지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앞서 이날 회의 시작에 앞서서는 기존 아스피데스(Aspides·방패) 작전 지역을 홍해에서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할 수 있는지 논의하겠다고 말해 EU 차원에서 호르무즈 군사작전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EU 회원국들은 지난 2024년 2월부터 아스피데스라는 그리스식 이름으로 홍해에 해군을 보내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공격에서 상선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칼라스 고위대표는 회의 후 "누구도 이 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원치 않는다"며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로이터는 칼라스 대표가 이날 회견에서 "이것은 유럽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개별 국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전날 ARD방송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군사작전과 관련해 "즉각적인 필요성이 없다. 무엇보다 독일이 참여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고 말했습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이날 "전쟁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군사적 수단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데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이어 "이 전쟁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시작하기 전에 다른 나라들과 협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까지 군함 파견 요청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않고 신중 모드를 유지했습니다. 

영국 주요 매체들은 이를 사실상의 거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집단 계획'을 세우려 유럽 파트너를 비롯해 모든 동맹국과 협력하고 있다면서도 "이는 나토 임무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에 부정적인 건 나토 미래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나토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은 겁니다.

또 스타머 총리는 "영국은 더 확대된 전쟁으로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며 영국군을 위험 지역에 파병하려면 '아주 최소한 합법적 근거가 있고 제대로 숙고된 계획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BBC는 동맹국들의 이 같은 태도가 트럼프발 이란 위기를 해결하는 빠른 해결책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중동에 항공모함과 군함을 보내는 등 개입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조차 지난주 호위 임무에 대해 "분쟁의 가장 뜨거운 단계가 종료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점진적 재개방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카트린 보트랭 국방장관도 호르무즈 해협으로 함선을 보낼 즉각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AFP 통신은 폴란드와 스페인, 그리스, 스웨덴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과 관련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어떤 군사 개입에도 거리를 두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BBC는 "미국의 동맹국들은 지금 충격받은 채로 '이란 개입'이라고 적힌 문 앞에서 서성이며 서로를 불안하게 바라보고만 있지만, 무대응은 진짜 옵션이 아님을 알고 있다"며 선택의 순간은 이미 닥쳤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국군을 위험 지역에 파병하려면 '아주 최소한 합법적 근거가 있고 제대로 숙고된 계획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SBS Medianet & SBS I&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정광윤다른기사
파병 재차 요구한 트럼프…韓·中·日 지목해 압박 [글로벌 뉴스픽]
트럼프, 한국·일본 등 파병 재차 압박…"그간 미군 보호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