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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휘는 롯데정밀화학…곳간 말라가도 배당 꼬박꼬박[취재여담]

SBS Biz 조슬기
입력2026.03.12 15:17
수정2026.03.12 16:06


롯데정밀화학은 적자에 시달리는 모회사 롯데케미칼에 매년 100억 원 이상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알짜 계열사 중 한 곳입니다.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 요소수와 암모니아 유통 분야 강자로, 주유소 등지에서 볼 수 있는 요소수 브랜드 '유록스(EUROX)'가 이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입니다. 

뿐만 아니라 시멘트 접착제 원료인 메셀로스, 알약 코팅 소재 애니코트, 건축용 페인트 코팅 원료인 에피클로로히드린(ECH) 등 우리 주변에서 손쉽게 접하는 제품 안에 들어가는 다양한 소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 여파로 어려움을 겪어 온 모회사 옆에서 롯데정밀화학 역시 수익성이 크게 쪼그라들었지만 흑자 기조는 꾸준히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금성 자산이 최근 2년 새 60% 넘게 급감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롯데정밀화학의 체력도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2년 만에 현금자산 63% 증발…말라가는 곳간

12일 석유화학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정밀화학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2023년 말 4,609억 원에서 2025년 말 1,720억 원으로 2년 만에 63% 급감했습니다.

현금성 자산이 급격히 줄어든 배경에는 잇따른 신규 투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헤셀로스(수성 페인트 점도 조절제) 제조 설비 인수(1,300억원), 애니코트 등 식의약 생산라인 증설(790억원)은 물론 암모니아 벙커링·수소사업·선박 운영 등 다양한 분야로 신사업 전선을 넓힌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청정에너지 기술 기업 엔비전이 중국 내몽골 지역에 구축한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 수소·암모니아 생산 단지에서 만든 그린 암모니아를 울산항을 통해 수입해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곳간이 빠르게 마르는 동안 본업에서 벌어들이는 돈도 함께 줄었다는 점입니다. 회사 영업이익이 2023년 1,548억 원에서 2025년 744억 원으로 사실상 반토막 났습니다.

물론 지난해 실적이 전년보다 47.6%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의 일환이라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영업기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흔들리는 실적 방파제…그린소재 점유율 3년 연속 하락
고부가 프리미엄 사업으로 꼽히는 그린소재 사업 부문에서 핵심 브랜드인 메셀로스와 헤셀로스의 국내 점유율도 조용히 빠지고 있습니다. 

롯데정밀화학의 사업은 크게 석유화학 계열의 케미칼사업부와 목재 펄프를 원료로 하는 그린소재사업부 두 축으로 나뉩니다. 

ECH·가성소다 같은 케미칼 제품은 중국의 공급 과잉 직격탄을 맞는 구조인 반면, 메셀로스·헤셀로스(수성 페인트 첨가제)·애니코트 같은 그린소재는 업황 사이클과 직접 연동되지 않아 실적 방파제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메셀로스·헤셀로스의 점유율은 2023년 51%에서 2025년 46%로 2년 새 5%p가 빠지며 3년 연속 하락했습니다. 

케미칼 사업은 업황 부진 탓이라도 할 수 있지만, 스페셜티 제품 점유율이 빠진다는 것은 사업 경쟁력 자체가 그만큼 약화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한 대목입니다. 

신사업에는 영업기밀 딱지…불안한 주주들  
약해진 위기 대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신사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정확히 얼마를 어디에 썼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롯데정밀화학은 최근 2년간 정관 사업 목적에 외항화물운송·선박연료공급·수소 및 수소에너지 사업·선박대여업을 잇따라 추가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는 "투자 금액과 회수 기간은 영업기밀과 관련되어 기재를 생략한다"라며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금이 빠르게 줄어드는 시점에 투자 규모도 회수 기간도 공개하지 않은 채 다수의 신사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지만, 주주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에 얼마를 투자했는지, 언제부터 돈을 버는지 알 수 없습니다.

실적 바닥이던 해, 순이익 98% 배당금으로…왜?
이런 상황에서도 배당 성향은 평균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00억 원 남짓 순이익을 냈지만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380억 원에 이릅니다. 최대주주 지분 43.5%를 감안하면 약 160억 원을 롯데케미칼에서 수령한 셈입니다. 

업황이 유독 안 좋았던 재작년에는 순이익의 거의 전부를 배당으로 내주기도 했습니다. 배당 성향만 무려 98%로, 최근 3년간 배당 추이를 보면 이례적인 수치입니다.

물론 배당금은 모든 주주에게 지분율대로 돌아가는 게 원칙인 만큼, 롯데케미칼이 가장 많은 몫을 가져가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실적이 쪼그라들고 현금이 빠지는 시점에 왜 순이익의 대부분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는지에 대해서는 롯데정밀화학 측은 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롯데케미칼이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던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에 비춰볼 때 모회사의 자금 수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입니다.  

결과적으로 보유 현금이 줄고, 투자도 불투명하고, 배당 결정 또한 납득하기 어려운 지금의 행보는 주주들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롯데정밀화학이 오는 19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내놓아야 할 답이 적지 않아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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