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코스피에서 ‘빚투’(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것)는 주춤한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 열기는 더욱 뜨거워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0일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잔고 금액은 2조9천97억원으로 지난달 말(2조3천65억원) 대비 6천32억원(26%) 증가했습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을 의미합니다. 이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증가했다는 뜻입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신용잔고 금액도 1조7천358억원에서 1조9천877억원으로 2천519억원(15%) 늘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 전체 신용잔고가 감소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입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10일 기준 코스피 신용잔고액은 20조7천862억원으로 지난달 말(20조8천519억원)보다 657억원 줄었습니다.
이달 들어 중동 전쟁 여파로 반도체주 주가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주가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 들어 10일까지 13.2% 하락했고, SK하이닉스 주가도 11.6% 내렸습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말 장중 22만원을 돌파했지만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이달 4일에는 17만원대까지 밀려났습니다. 이후 급등락을 거듭하며 10일에는 18만원대를 회복했지만 여전히 지난달 말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상태입니다.
증권가에서 최근 지정학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업황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가 이어진 점도 매수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입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이란 전쟁으로 중동 지역의 AI 데이터센터(AIDC) 투자 위축과 특수 가스 등 공급망 우려가 일부 제기됐지만, 전 세계 AIDC 수요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며 “소재 공급망도 충분히 다변화돼 있어 부정적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AI 패권 경쟁을 위한 인프라 수요라는 점에서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소비자 제품보다 실적 가시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원화 약세 역시 삼성전자 실적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급변동 장세 속에서도 증권가에서는 이들 종목의 실적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187조1천43억원으로 한 달 전(167조5천617억원)보다 11.7% 상향됐습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 역시 158조6천551억원으로 한 달 전(143조4천868억원) 대비 10.6% 늘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추가 실적 상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29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메모리 가격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실적 상단 역시 더 열어놓고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SK하이닉스 목표주가도 160만원으로 올리면서 “고객사의 경쟁적인 수요와 제한적인 공급 상황이 이어지며 가격 상승의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높아진 실적 기대치가 다시 한 번 상향될 가능성이 있는 3월 프리뷰와 4월 실적 발표 구간에서 모멘텀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지속 여부는 반도체주 투자 시 고려해야 할 변수로 꼽힙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빅테크 기업들이 2027년 회계연도 이후에도 현재와 같은 막대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며 “천문학적인 자본지출(CAPEX)은 2026년 회계연도 이후 감가상각비 급증으로 이어져 이익률에 본격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