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로 국제유가가 폭등한 가운데 코스피가 6% 급락하며 5,200대로 마감한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전장 대비 333.00포인트(5.96%) 내린 5,251.87에, 코스닥은 52.39포인트(4.54%) 내린 1,102.28에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 19.1원 오른 1,495.5원이다. (서울=연합뉴스)]
이란 전쟁 여파로 오늘 국내 증시가 다시 급락하는 가운데 '빚투'(빚내서 투자)가 부메랑이 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하고 있습니다.
빚투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빚을 내 주식을 샀다가 주가 급락으로 이를 갚지 못하면서 강제 처분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7천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갈아치웠습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입니다.
이란 전쟁이 증시에 처음 영향을 줬던 지난 3일부터 변동성 장세가 지속됐던 사흘간 이 잔고는 매일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신용거래융자는 통상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늘어납니다.
일정 기간 내에 이를 갚지 못하면 주식은 강제로 청산되는데, 특히 급락장에서는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로 이어집니다.
위탁매매 미수금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초단기 빚투로 분류되는 이 미수금은 지난 5일 2조1천487억원으로, 전쟁 발발 이전보다 배가 급증했습니다.
이 거래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2거래일 안에 대금을 갚아야 하지만, 이를 갚지 못하면 3거래일째 주식이 강제로 매각됩니다.
실제 전쟁 여파로 증시가 지난 3∼4일 폭락했던 바로 다음날인 5일 강제로 처분된 주식은 776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최대로, 지난달 27일 76억원의 약 10배에 달했습니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강제청산 비율도 6.5%로 급등했습니다.
하루 전인 지난 4일 2.1%의 3배를 웃돌았고, 지난 3일(0.9%)의 7배에 달했습니다.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하면서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이 이후 급락장에서 증거금이 부족해지면서 강제 처분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기에 은행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지난 5일 기준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 마통 잔액은 40조7천227억원으로, 2022년 말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마통 잔액은 지난 3∼5일 사흘 만에 무려 1조3천억원이 불어났으며, 상당 부분이 증시로 흘러드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신용거래와 위탁매매 모두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빚투는 하락장에서 지수를 더욱 끌어내릴 수 있는 트리거(기폭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습니다.
미수거래의 경우 이틀 안에 증거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전날 종가보다 최대 30% 낮은 금액으로 강제 처분되기 때문입니다.
한 주식 카페에서는 이날 "더 떨어지면 신용 반대매매로 더욱 하락을 부추길듯하다", "이게 바닥이 아닐 듯 빚투 반대매매 몸조심하자"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일확천금을 노리려는 사람들 때문에 내가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난다"며 "남들한테 피해주지 말고 가용한 금액으로만 투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 뱅커(PB)도 "내일 반대매매 당할 것을 대비해 오후에 매도가 나올 수 있다"고 투자자들의 우려를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