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 여파] 서울 휘발유 2천원대 근접…정부, '최고가격제' 실무 검토 착수
SBS Biz 류선우
입력2026.03.08 09:17
수정2026.03.08 09:36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 국면을 틈탄 가격 담합이나 매점매석 등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1천900원대를 넘어섰다.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천856.3원으로 전날보다 22.0원 상승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서울=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충격으로 서울 시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2천원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자 정부가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지난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지난 30년간 사실상 사문화된 비상조치인 데다 시장 왜곡과 재정 부담 등 감내해야 할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오늘(8일) 관가에 따르면 정부가 '최고가격 지정제'라는 초강수를 검토하게 된 건 급등한 국제 유가가 통상 2주 걸리던 시차 없이 국내 석유류 가격에 즉각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유류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폭등했다"며 석유류 제품에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어 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선 "기름값 바가지처럼 공동체의 어려움을 이용해서 부당 폭리를 취하려는 반사회적인 악행에 대해서는 아주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 지시 이후 정부는 즉각 전면 대응에 들어갔습니다. 범부처 합동점검단이 6일부터 불법 석유 유통, 매점매석, 가짜 석유·혼합 판매 등 불공정 거래 행위 집중 단속에 나섰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유소들의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하고 법무부도 유가 담합 등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대검찰청에 강력 대응을 지시했습니다. 재정경제부는 유류세 인하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에너지 수급 안정화를 위해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총 6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긴급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에 국내 정유 4사를 회원사로 둔 대한석유협회, 석유대리점들의 단체인 한국석유유통협회, 전국 주유소 사업자를 대표하는 한국주유소협회 등 석유 3단체는 6일 "국제 유가 인상분이 주유소 가격에 급격히 반영되지 않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조치에도 국내 주유소 기름값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7일 밤 11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890.87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유가가 높은 서울의 경우 평균 가격은 이미 1천900원을 넘겨 1천942.08원입니다.
전날보다 오름폭은 다소 줄었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 기름값의 추가 상승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기름값 2천원 시대'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에 정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를 근거로 석유 최고가격 지정 고시를 위한 실무 검토에 착수했습니다.
해당 조항은 석유 가격이 현저히 등락해 국민 경제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산업통상부 장관이 판매 가격의 최고액을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고, 초과 수익은 정부가 환수합니다.
다만 시장 부작용 우려에 실제 도입 여부를 놓고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누를 경우 정유사와 주유소의 수익성이 악화해 공급 물량을 줄이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공급 절벽'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의 구매 대란으로 이어질 위험이 큽니다.
또한 석유사업법 제23조에는 가격을 통제받은 사업자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 줄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습니다.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민간의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야 해 막대한 재정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 확대와 비축유 방출 등 다른 대안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국내 유가 시장의 흐름을 좀 더 살펴보고서 최고가격제 발동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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