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담보로 돈 빌려"…AI기업, GPU 담보 대출로 부채 숨기고 투자
SBS Biz 김종윤
입력2026.02.27 15:40
수정2026.02.27 15:50
인공지능(AI) 패권다툼을 벌이는 테크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AI 모델 학습에 쓰이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를 통해 부채를 재무제표 밖으로 돌리면서 대규모 실탄을 확보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일반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26일 FT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GPU를 자산으로 삼고 이를 테크 기업에 리스(임대)하는 방식으로 담보권을 설정하는 대출 구조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AI 칩 가격이 급등하고 데이터 센터 구축 비용의 30~40%를 GPU가 차지하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이런 대출은 주로 테크 기업과 투자사가 공동으로 세운 특수목적법인 SPV를 통해 이뤄지는데, SPV가 대출금으로 고성능 칩을 구매한 뒤 이를 테크 기업에 리스해 모델 학습에 사용하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이를 통해 AI 관련 기업들은 대규모 대출을 기업 본체의 재무제표에 기록하지 않고 외부에 묶어둘 수 있는데, 이 구조로 GPU 담보대출을 실행한 기업은 xAI와 아이렌, 코어위브 등입니다.
코어위브는 2023년 말 시장을 개척했으며 현재 많은 사모 신용 펀드들이 이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지난달 에퀴티 파트너스가 관리하는 디지털 인프라 펀드를 위해 35억 달러 규모의 금융 패키지를 발표했습니다.
이 펀드는 엔비디아의 'AI 슈퍼칩'으로 알려진 GB200 하드웨어를 구입해 일론 머스크의 xAI에 리스할 예정입니다.
AI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아이렌도 마이크로소프트와의 AI 계약을 위한 칩 구매를 목적으로 골드만삭스와 JP모건으로부터 36억 달러의 대출 약정을 확보했습니다.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가장 큰 매력은 수익률로서, GPU 담보 대출의 수익률은 보통 한 자릿수 후반에서 10%대 중반에 달하는데 이는 테크 기업이 직접 발행하는 일반 회사채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 대출은 공통적으로 기술 진보에 따른 칩의 조기 도태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지불 의무 무조건 이행(Hell or high water)' 조항을 삽입합니다.
이는 기술이 바뀌어 칩이 쓸모없어져도 테크 기업이 리스료를 끝까지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장치입니다.
무디스(Moody's) 등 신용평가사들도 리스 기간에 원리금이 모두 상환되는 구조를 바탕으로 해당 대출에 신용 등급을 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데, AI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GPU의 경제적 수명이 예상보다 훨씬 짧을 수있다는 지적입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칩의 수명이 3년도 채 되지 않아 구식이 될 것"이라며 "디폴트 발생 시 몇 년 지난 중고 GPU를 되파는 것은 이미 죽은 말에 채찍질하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습니다.
현재의 높은 칩 가치가 단기적인 공급 부족으로 인해 부풀려졌을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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