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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산업, 경영 적격성 우선"…KORPA·경희대법학 세미나

SBS Biz 조슬기
입력2026.02.27 15:15
수정2026.02.27 15:42

주주 행동주의가 거세지는 자본시장 환경에서 경영권 분쟁을 바라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단순한 지분 확보 경쟁이 아니라, 기업을 장기적으로 책임 있게 이끌 수 있는 '적격 경영 주체'를 가리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결권자문(KORPA)과 경희대학교 법학연구소는 지난 26일 경희대에서 '주주행동주의 시대, 이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지분 많다고 적격자 아냐"…경영 주체 판단 기준이 핵심
발제를 맡은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권 분쟁의 프레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권 교수는 "경영권 분쟁을 단순한 지분 확보 경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을 장기적으로 책임 있게 운영할 수 있는 적격 경영 주체를 가리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는 자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기업이 오랜 시간 쌓아온 기업문화, 기술 역량, 글로벌 파트너십은 숫자로 드러나지 않지만 기업 가치의 핵심을 이루는 자산"이라며 " 대규모 설비 투자나 글로벌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기업에서 경영권이 바뀌면 사업 연속성과 전략 실행에 상당한 리스크가 생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 같은 국가 기간산업의 경우 단기적 수익성 논리를 넘어 산업 경쟁력과 장기적 연속성을 고려한 신중한 가치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주주 행동주의 3년 연속 최대…"이사는 가상의 영구주주 관점으로"
정석호 KORPA 대표는 빠르게 달라지는 글로벌 환경을 수치로 제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2025년 글로벌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이 모두 297건으로 3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는 설명입니다.

정 대표는 "상법 개정으로 이사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의무가 명문화된 지금, 이사회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라며 "단순한 감시를 넘어 경영 의사결정의 정당성을 주주에게 직접 설명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이사의 판단 기준으로 '가상의 영구주주'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단기 주당수익률이 아니라 장기적 기업가치 극대화를 최우선에 놓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토론에서도 이견…"법률 과잉 개입이 경영 안전성 해칠 수도"
종합토론에서는 현재 흐름에 대한 우려도 나왔습니다.

김병연 한국증권법학회장(건국대 교수)은 "최근 상법 개정이 주주 보호와 경영진 책임 강화에 집중하면서 기업지배구조에 법률이 과도하게 개입해 경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주주행동주의와 강화된 규제가 일부가 아닌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태영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미국 회사법의 '완전한 공정성(Entire Fairness)' 기준을 언급하며 "이해상충 거래 시 독립적인 특별위원회 설치와 외부 기관의 공정성 의견서 확보 등 절차적 공정성을 갖추는 것이 이사의 법적 리스크를 줄이는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은 코스닥 상장사들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을 짚었습니다.

그는 "높은 주식 회전율과 소액주주와의 이해충돌 문제로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우호지분 확보와 함께 주주가치 제고 및 소통 채널 다양화를 통한 선제적 대응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한 가지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주주행동주의가 일상화된 자본시장에서 이사회의 역할은 더 이상 대주주의 지배권을 방어하는 데 머물 수 없다는 것으로 기업 고유의 무형자산과 미래 가치를 지키는 독립적 판단자로 거듭나야 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김준철 다산회계법인 회계사(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이사회 의장)는 "소액주주 연대와 기관투자자 주주 관여가 급증하는 환경 변화를 위기가 아닌 건설적 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이사회 내 주주관여 전담 위원회 도입, 주주와의 소통을 체계적으로 문서화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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