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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IPARK로 변신…이름 바꿔야 사는 절박한 이유

SBS Biz 조슬기
입력2026.02.26 09:43
수정2026.02.26 12:33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올해 들어 엔씨소프트와 HDC현대산업개발 등 10여 개 기업이 일제히 사명 변경을 추진하며 대대적인 간판 교체에 나섭니다.

로봇이나 AI 등 신사업을 향한 체질 개선 선언인 동시에,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지난 23일 다음 달 말 정기 주총에서 사명을 '엔씨(NC)'로 변경하는 안건을 상정한다고 공시했습니다.

회사 측은 "자회사·해외법인 전체가 이미 'NC' 브랜드로 통일돼 있어 그룹 정체성을 일원화하는 차원"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소프트'라는 단어를 지움으로써 게임 개발사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IP·콘텐츠 플랫폼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선언으로 보고 있습니다.

KG모빌리언스는 이틀 뒤인 25일 한 투자자 행사에서 'KG파이낸셜(KG Financial)'로의 사명 변경 계획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창업 이래 국내 휴대폰결제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온 1세대 PG(전자결제대행) 사가 스스로 내린 진단은 냉정했습니다.

단순 결제 거래 확대만으로는 장기 성장에 한계가 분명한 만큼 가맹점 현금흐름 설계, 스테이블코인 기반 크로스보더 결제까지 아우르는 종합 금융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사명 변경을 신호탄으로 쏘아올렸습니다.

LIG넥스원은 올해 시무식에서 창립 50주년을 맞아 'LIG D&A(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로 사명을 바꾼다고 밝혔습니다.

유도무기 중심의 방산업체를 넘어 우주·무인체계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천리안 5호 위성 수주가 상징하듯 방산과 우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흐름을 사명에 새긴 셈입니다.

이밖에도 산업용 모션 제어 전문기업 알에스오토메이션은 '알에스로보틱스'로, 인공지능(AI) 기반 무인이동체 자율 운용 플랫폼 무지개연구소는 '아리온'으로, 온라인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AI 커리어 플랫폼 '웍스피어'로 각각 이름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AI를 필두로 로봇, 방산·우주, 금융 플랫폼이라는 2026년 산업 지형의 주요 축이 사명 변경 러시의 공통 좌표인 셈입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명 변경은 기업이 시장과 주주에게 보내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전략 선언"이라며 "이름을 바꾸는 기업들은 단순한 이미지 쇄신이 아니라 업(業)의 재정의를 공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모든 간판 교체가 미래를 향한 것만은 아닙니다. 회사 이름을 바꾸는 기업들 사이에 과거를 지우려는 움직임도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SPC삼립은 지난 25일 지주사 '상미당홀딩스' 출범 이후 계열사 브랜드 체계를 정비하면서 사명에서 'SPC'를 지우고 '삼립'으로 돌아간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측은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등 각 브랜드 파워를 앞세우는 흐름에 맞춰 삼립도 제 이름으로 서겠다는 전략"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공장 사망사고와 노사 갈등이 반복되며 실추된 'SPC' 이미지를 걷어내려는 의도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더 직접적입니다. SPC와 같은 날 지주사 색채가 강한 'HDC'를 떼고 소비자에게 친숙한 아파트 브랜드 'IPARK'를 회사 이름 앞에 전면으로 내세웠습니다.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브랜드 재정비로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읽히는데, 그간의 상처를 브랜드로 덮는 전략이라는 평이 대체적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명 변경이 전략 선언일 때는 주가가 먼저 반응하지만, 이미지 세탁용으로 읽힐 때는 오히려 역풍을 맞기도 한다"며 "단순히 이름을 바꾼다고 회사가 바뀌는 것은 아닌 만큼 시장의 검증은 간판을 교체한 그 순간부터 다시 시작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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