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반응에 놀랐다"…'AI 공포' 보고서 낸 시트리니 대표도 당혹
SBS Biz 임선우
입력2026.02.26 04:31
수정2026.02.26 05:44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공지능(AI)이 경제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가상 시나리오 보고서로 뉴욕 증시를 뒤흔든 시트리니 리서치 창업자가 시장 반응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당혹감을 드러냈습니다.
실제 경제 전망이 아닌 사고 실험 성격의 분석이 투자 심리를 자극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데 따른 후일담입니다.
현지시간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임스 반 길런 시트리니 리서치 창업자는 “주가가 움직일 것이라 생각했다면 보고서를 무료로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시장 반응이 예상 밖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문제의 보고서는 AI 확산이 화이트칼라 고용을 급격히 대체할 경우 실업률이 10% 이상 상승하고 자산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가상 경제 시나리오를 담고 있습니다.
이내용은 온라인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을 통해 공개된 뒤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요 논쟁 주제로 떠올랐습니다.
보고서 확산 직후 뉴욕 증시는 급격히 흔들렸습니다. S&P500 지수는 장중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전환해 1% 넘게 떨어졌고 금융주 지수는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4% 이상 급락했습니다.
반 길런 창업자는 “시장 참여자들이 이미 AI가 기존 산업에 미칠 2차 충격(second-order disruption)을 우려하고 있었고, 보고서가 그 불안을 집중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증시 충격은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습니다. 급락했던 주요 지수와 종목들은 다음 거래일 시장 전반 반등 흐름 속에서 상당 부분 낙폭을 회복했습니다. 시장의 펀더멘털 변화보다 투자 심리 위축이 단기 변동성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보고서 공개 이후 반 길런 창업자에게는 수많은 반박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그는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로 한 투자자가 자신의 AI 위기 시나리오에 반대하면서도 반박 논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앤트로픽의 인공지능 챗봇 ‘클로드(Claude)’를 활용한 일을 소개했습니다. 반 길런은 “AI가 인간을 대체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AI의 도움을 받아 설명한다면 논리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례는 AI를 둘러싼 시장 인식이 성장 기대에서 산업 파괴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기술 낙관론이 주가 상승을 이끌던 국면에서 이제는 고용과 기업 수익 구조에 미칠 영향이 새로운 위험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대형 투자은행이나 국제기구가 아닌 소규모 독립 리서치 기관의 온라인 보고서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을 촉발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됩니다. 전통적 투자은행 보고서가 아닌 개인 뉴스레터가 시장 변동성의 촉매로 작용하면서 금융 정보 권위가 기관 중심에서 디지털 네트워크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직원 약 10명 규모의 시트리니 리서치는 테마형 투자 분석을 제공하는 연구기관으로 구독자 수는 11만 명 수준입니다. 반 길런은 의대를 목표로 했던 학생 시절 이후 대체의학 사업을 매각한 자금을 바탕으로 투자 분석 활동을 시작했으며,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이전 해당 종목 공매도 의견을 제시하며 월가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반 길런은 이번 보고서가 시장 충격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기 위한 문제 제기였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시트리니 리서치가 그동안 엔비디아와 알파벳 등 AI 관련 산업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해 왔다며 “우리는 금융위기 발생을 전제로 투자 포지션을 구축한 상태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할 가능성을 가장 낙관적으로 본다면 그 이후 경제 구조는 어떻게 유지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역사적으로 가장 생산적인 기술은 결국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변동성이 AI 자체의 위험이라기보다 AI 확산 이후 경제 구조 변화 속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집단적 불안을 드러낸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반응한 것은 보고서 내용 자체보다 AI가 금융시장 핵심 변수로 편입됐다는 현실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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