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빼고 첨단산업 다 앞섰다"…국책 연구기관의 경고
산업연구원(KIET)은 24일 발간한 'i-KIET 산업경제이슈' 제205호 '첨단산업 한·중 경쟁력 분석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중국제조 2025' 전략의 핵심 업종인 로봇·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4개 첨단제조 산업의 한·중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를 이 같이 공개했습니다.
양국의 첨단산업과 관련한 R&D(연구개발)·조달·생산·서비스·수요시장 등 밸류체인 전 부문을 평가한 결과, 반도체를 제외한 로봇·전기차·배터리·자율주행차 모두 중국이 종합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도체만 경합, 나머지 4개 산업은 중국이 앞서
먼저 반도체 산업은 한국이 메모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장비 조달, 판매·유지보수 서비스, 해외 수요에서 강점을 보이면서 양국이 '경합' 수준으로 평가됐습니다. 하지만 AI(인공지능) 반도체 설계와 팹리스, 후공정 분야에서는 전문가 다수가 중국이 압도적 우위라고 응답했습니다.
로봇 산업에서는 한국이 제조용 로봇 R&D 역량에서 근소하게 앞서지만, 조달·생산·해외시장 등에서 밀리면서 종합 경쟁력은 중국이 우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과 개인서비스용 로봇은 기술·가격·인프라 모든 측면에서 중국이 앞서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해외시장 창출과 배터리 서비스에서 한국이 다소 유리하지만, 자율주행은 모든 밸류체인 부문에서 중국이 우위였습니다. 배터리의 경우 리튬배터리 전 공정에서 중국의 국산화율이 90%를 넘어섰고, 핵심 장비와 소프트웨어는 100% 국산화를 달성한 상태였습니다.
보고서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의 구조적 강점과 약점도 명확히 짚었습니다.
중국의 대규모 내수시장과 정부 지원에 기반한 저가 공세에 맞설 방법이 마땅치 않고, 원재료·소재의 높은 해외 의존도, 제한적 내수 규모, AI·소프트웨어·데이터 분야 인력 부족 등이 한국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한국의 강점으로는 소재·부품·장비 전반의 기술력과 공정 노하우, 미국·유럽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안전성·신뢰성 기반 브랜드경쟁력이 꼽혔습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경계심이 높은 선진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차별화 기회가 남아 있다는 설명입니다.
"중국 기술·공급망 테스트 베드 활용해야"
연구원은 중국을 더 이상 경쟁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대규모 실증과 빠른 확산이 가능한 '학습 환경'이자 '산업 실험장'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첨단산업 분야에서 초격차만 외쳐온 기존 전략의 한계를 인정하고, 대중국 전략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뜻으로, 기존 대중국 투자의 동기가 비용(Cost)이나 시장(Market)이었다면, 이제는 학습(Learning)과 역량 축적(Capability Accumulation)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제3국 시장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단순히 미국·EU·아세안에서 중국과 직접 경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한국 기술·부품에 중국 플랫폼을 결합한 공동 진출'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중 산업 경합성이 첨단제조 분야로 전환되면서 일부 분야에서는 한국이 규모, 속도, 정부지원 측면에서 직접 경쟁하기 어려운 단계에 진입했다"며 "중국을 제조강국으로 인정하고 업종별 밸류체인에서 우리의 기술 우위를 찾되, 중국의 기술·생산기반·데이터와 우리의 아이디어를 접목한 새로운 협력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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