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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 위법' 판결에도…500조 대미투자 뒤집기 어렵다?

SBS Biz 신현상
입력2026.02.21 09:08
수정2026.02.21 09:11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별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습니다. 다만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대미(對美) 통상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상호관세는 무효가 됐지만, 미국이 품목별 고율 관세 등 대체 수단을 활용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입니다.



상호관세가 사라지더라도 미국은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해 별도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이미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합의를 재검토하거나 번복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4월 2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한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어 4월 3일부터 자동차에 25%, 5월 3일부터 자동차 부품에 25%의 관세를 각각 적용했습니다.

이후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자 미국은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했습니다. 상호관세는 즉시 낮아졌지만, 자동차 관세는 투자 이행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시행이 지연됐습니다. 양국은 지난해 11월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한국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된 이후 미국은 지난해 11월 1일 자로 자동차 관세를 15%로 소급 인하했습니다.

당시 협상에서 핵심 쟁점은 자동차 관세였습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이미 15% 수준으로 관세를 조정한 상황에서 한국만 고율 관세를 유지할 경우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는 대미 수출 비중이 높고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커 정부는 관세 인하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에 제동을 건 것이지,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관세 부과 권한까지 제한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른바 '플랜 B'를 통해 관세 정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습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대법원 판결이 불리하게 나오더라도 다른 법적 수단을 활용해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122조, 관세법 338조 등을 대안으로 거론했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지렛대로 삼아 한국에 신속한 대미 투자를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점도 기존 합의를 되돌리기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특히 일본이 예상보다 빠르게 첫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확정하면서 한국의 협상 여지가 더욱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편 이번 대법원 판결로 국내 수출 기업들이 그간 납부한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꼽힙니다. 다만 실제 환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관세 환급 주체는 실제 납부자이며, 거래 구조에 따라 수출자 또는 수입자가 될 수 있어 입증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관세 환급 소송은 코스트코가 지난해 12월 처음 제기한 이후 확산됐으며, 현재까지 전 세계 1,000여 개 기업이 소송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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