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샤 숙청 뒤 시진핑 달라졌다…후진타오·원자바오 챙기기
SBS Biz 송태희
입력2026.02.20 10:47
수정2026.02.20 13:26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한 원자바오 전 총리(왼쪽) (엑스 캡처=연합뉴스)]
최근 몇 년 새 언론에 거의 비치지 않았던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전 총리 등이 근래 중국 언론매체들에 오르내리고 있어 주목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기 집권'이 시작된 2022년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후 전 주석의 '어색한' 퇴장 이후 사실상 가려져 왔던 이들의 소식이 지난달 24일 중국 국방부의 장유샤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류전리 중앙군사위원(연합참모부 참모장) 숙청 발표 이후 보도되고 있습니다.
중국 언론매체들 보도를 종합해보면 지난달 30일 후 전 주석이 '공산주의 전사'로 불리는 원로 장성 랴오시룽(廖錫龍)의 별세에 애도를 표시했습니다.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 등 상무위원 7명이 지난달 23일 숨진 랴오시룽의 빈소를 방문하거나 유가족에게 조의를 표명했다고 전하면서, 후 전 주석도 동참했다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랴오시룽이 2012년까지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을 지낸 이력으로 볼 때 그때까지 국가주석을 지낸 후진타오와의 인연을 짐작할 수 있으나, 중국의 대표적인 관영 매체가 이를 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특히 20차 당 대회에서 후 전 주석이 시 주석의 전횡에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사실상 강제 퇴정당하는 모습이 생방송으로 중계된 이후 이들의 불화설이 끊이지 않아 왔기 때문입니다.
이어 설(春節·춘제)을 나흘 앞두고 지난 13일 시 주석을 포함한 지도부가 원로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하면서 후 전 주석이 부각됐습니다.
중국 지도부의 은퇴 원로들에 대한 새해 인사는 집단지도체제였던 후 주석 집권 때까지는 매년 관영매체들이 비중 있게 다뤄온 행사이지만, 시 주석 집권 이후에는 부각되지 않아 오다가 올해 눈길을 끌었다는 지적입니다.
시 주석 등 현 지도부는 후 전 주석을 비롯해 주룽지 전 총리, 리루이환 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원자바오 전 총리, 자칭린 전 정협 주석, 장더장 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위정성 전 정협 주석, 리잔수 전 전인대 상무위원장, 왕양 전 정협 주석을 직접 찾거나 책임자들을 통해 명절 인사를 했습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원자바오 총리가 쓰촨성의 베이촨 중학교의 교장에게 "참고 흔들리지 말라(堅忍不拔)"는 내용이 담긴 연하장을 보냈다는 사실이 설 당일인 지난 17일과 그 이후에 X(옛 트위터)와 홍콩 성도일보 등에 보도됐으며, 그 이후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원 전 총리는 2008년 쓰촨성 원찬 대지진 때 구조 및 구호 작업을 현장 지휘한 바 있으며, 현지에서 지진으로 교사와 학생 등 수천 명이 숨진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베이촨 중학교를 여러 차례 방문한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성도일보가 원자바오 친필 연하장을 보도하면서, 그가 베이촨 중학교 방문 때 '다난흥방'(多難興邦·많은 시련이 나라를 일으킨다)이라는 사자성어를 칠판에 적었다고 보도했는데도 중국 당국이 이를 묵인한 점이 눈길을 끕니다.
이는 당시 대지진이라는 국난 극복을 강조한 말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장유샤·류전리 숙청 이후 불안정한 중국 상황을 떠올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원 전 총리는 2013년 퇴임 전에도 광범위한 민주화에 바탕을 둔 정치개혁을 강력하게 주장해 중국 권력의 주류인 보수 세력과 각을 세웠으며, 시 주석과도 비우호적인 관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 전 총리는 퇴임 이후 베이징에 거주하지 않고 고향 톈진으로 돌아가며, 언론 취재에 불응하며, 새 지도부 행보를 논하지 않으며, 회고록을 쓰지 않겠다는 4불(不) 원칙을 천명한 채 모친 양즈윈 여사를 모시면서 스스로 칩거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다가 8년 가까이 세상과 담을 쌓았던 원 전 총리가 2020년 12월 별세한 모친을 그리는 '나의 어머니'라는 제목의 4부작 사모곡을 2021년 4월 마카오에서 발간되는 잡지 '오문도보(澳門導報)'에 연재하면서 소식을 알렸으나, 해당 글이 소셜미디어 웨이신에 공유돼 급속도로 확산하자 중국 검열 당국이 서둘러 공유 금지에 나섰습니다.
이러했던 중국 당국이 원 전 총리의 베이촨 중학교 교장에 대한 연하장 관련 보도를 차단하지 않은 데는 작금의 중국 정치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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