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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빚투'에 너도나도 돈줄 대기…100년물 회사채도 흥행

SBS Biz 정광윤
입력2026.02.13 10:49
수정2026.02.13 11:14

[앵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대규모 회사채 발행으로 AI 투자금을 더 끌어모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100년 만기 초장기 회사채가 등장했고,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는 겁니다.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요?

가뜩이나 AI 투자가 과하다는 시장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알파벳의 이번 '실탄' 마련이 갖는 의미, 정광윤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알파벳의 채권 발행 규모,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었죠?



[기자]

액수가 처음 예상보다 두 배 넘게 불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알파벳이 이번에 발행한 전체 채권 규모는 약 3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46조 원이 넘습니다.

당초 150억 달러 규모로 예상됐지만 빌려주겠다는 자금이 1000억 달러 넘게 몰렸는데요.

이렇게 된 김에 더 빌리자는 식으로 200억, 300억 달러로 발행규모가 늘었습니다.

[앵커]

가장 관심이 높았던 건, 100년 만기 회사채 발행이었어요.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이 역시 완판 됐습니다.

알파벳은 100년 만기 회사채를 10억 파운드, 우리 돈 약 2조 원 규모로 발행했는데요.

그 10배에 가까운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이날 발행된 다섯 종류 만기 채권 가운데 가장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100년 만기 채권은 신용도가 극도로 높아, '100년 뒤에도 이 기업은 건재할 것'이라는 믿음이 뒷받침돼야 발행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그간 발행된 사례도 코카콜라나 디즈니 등 전통적인 우량기업 몇 곳에 불과합니다.

기술기업이 발행하는 건 지난 1990년대 닷컴 버블 이후 처음인데요.

알파벳이라면 100년 뒤에도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 그리고 AI는 한철 유행이 아니라 분명한 미래라는 투자자들 신뢰가 확인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위험신호라는 해석이 나왔어요?

[기자]

CNBC는 "100년물 발행은 신용시장의 경기 후반 과열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보도했습니다.

자금조달을 위해 이례적인 방식까지 동원한 것부터 이미 위험신호라는 겁니다.

특히 100년 만기 회사채 금리가 영국 10년물 국채와 비교해 불과 1.2%p 높은 수준인 점에 주목했는데요.

신용 스프레드가 역사적으로 매우 좁은 수준인데 돈을 선뜻 빌려줬다는 점 역시 과열 징후라고 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윈드 시프트 캐피털은 "정부가 돈을 찍을 수 있어 국가부채는 보통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낮지만, 기업은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AI 투자 경쟁을 단기전에서 장기전으로 끌고 갔다고도 볼 수 있는데, 그만큼 빚투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죠?

[기자]

알파벳도 최근 재무보고서에서 AI 관련 고비용 투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과잉 생산' 가능성을 시인했습니다.

"인공지능 학습과 추론, 컴퓨팅 용량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비용과 운영 복잡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더 나아가 AI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비쳤습니다.

생성형 AI를 쓰는 소비자가 늘면 인터넷 검색 사용량이 줄면서 광고 사업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업체가 AI패권을 선점하면, 더 걷잡을 수 없는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에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건 알파벳 만의 문제가 아니죠.

다른 기업들도 사생결단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잖아요?

[기자]

알파벳을 포함해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5곳이 지난해 AI 투자를 위해 1650억 달러를 빌렸는데요.

우리 돈으로 무려 237조 원이 넘습니다.

최근 5년간 해당 기업들의 연평균 차입규모와 비교하면 6배에 육박하는 수준인데요.

모건스탠리는 올해는 4천억 달러로 더 늘어, 지난해의 두 배가 넘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앵커]

이렇게 끌어모은 돈에서 AI에 한꺼번에 얼마나 쏟아붓는 건가요?

[기자]

월스트리트저널이 비교한 내용이 흥미로운데, "빅테크들 AI 투자비용이 달 착륙보다 많이 든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1960년대부터 13년에 걸쳐 아폴로 우주프로그램으로 사람을 달에 보내는데 들어간 비용이 미국 연평균 GDP의 0.2%라고 분석했는데요.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단 네 곳의 올해 예상 자본지출액 합계가 GDP의 2.1%에 달한다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차입금까지 포함해 이 업체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올 한 해만 최대 6천700억 달러, 약 965조 원에 육박합니다.

기업별로 보면 아마존이 2천억 달러로 가장 많고, 알파벳 1850억 달러, MS 1500억 달러, 메타 1350억 달러 순입니다.

시총 대비로 봐도 아마존이 0.88%로 1위인데요.

이어 메타(0.8%), MS(0.5%), 알파벳(0.47%) 순으로 메타가 본인 체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을 많이 싣고 있습니다.

[앵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요?

[기자]

메타, MS, 알파벳, 아마존 모두 대표적인 IT플랫폼 업체들입니다.

각자 분야에서 시장을 선점, 독점하면서 높은 마진율을 누려왔는데요.

물리적으로 필요한 인프라 투자도 상당 부분 통신사 등 다른 업체들과 나눠서 부담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판이 바뀌었습니다.

이들 업체에 오라클까지 더해 '5대 하이퍼스케일러'로 부르는데, 무한확장이 가능한 데이터센터와 여기에 들어갈 GPU, 그리고 전력원까지, 막대한 설비투자 부담을 떠안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철강, 자동차, 조선 같은 이른바 '중후장대' 산업과 같은 길을 걷게 된 셈입니다.

이를 두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자산 경량화 비즈니스 모델에서 중량화 모델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만큼 AI가 미래의 키를 쥐고 있다는 얘기겠죠?

[기자]

최근 엔트로픽이 출시한 코딩AI 도구로 인한 증시 파장에서 볼 수 있듯, 시장에선 혁신의 주체가 인간에서 AI로 넘어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변화가 예상보다 더 광범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 하락을 불러왔다"며 "투자자들은 더 큰 변동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이제 빅테크의 경쟁력은 "누가 더 뛰어난 AI를 만드느냐"에 달려있고, 이는 곧 "누가 더 물리적 기반을 많이 제공할 수 있느냐"는 경쟁으로 변모한 상황입니다.

'치킨게임'에 부담을 느껴도 발을 빼기 어려운 처지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인공지능에 대한 모순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AI가 소프트웨어회사 미래에 의문을 불러일으키면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당사자들이 오히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래서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가장 큰 관심은 얼마를 투자하느냐에 쏠려있잖아요?

[기자]

앞서 아마존, 구글, MS 등의 주가는 올해 자본지출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한 뒤, 하락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AI 구축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는 기업들이 기대한 수익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곡괭이와 삽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비유하면서 현시점에선 'AI 골드러시'에 편승해 직접 금광을 캐려는 업체보다 곡괭이와 삽을 파는 업체가 승자라는 평가도 내놨는데요.

"투자자들이 막대한 AI투자에 나선 회사들을 외면하고 메모리 칩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UBS는 불확실성 증가와 높은 자본 지출 등을 이유로 미국 IT 부문에 대한 투자 등급을 '매력적'에서 '중립'으로 하향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정광윤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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