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편입 임박…가상자산거래소 감독 세진다
SBS Biz 이민후
입력2026.02.02 10:46
수정2026.02.02 11:02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거래소를 상시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감독·제재 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섭니다.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제출하는 자금세탁방지 관련 평가에 허위나 부실이 있을 경우 제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제재 심의를 담당하는 위원회 규모도 두 배로 확대합니다.
오늘(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자금세탁방지(AML) 제도이행평가 법제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습니다. 현재 금융회사들은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 여부를 자체 평가해 상시적으로 제출하고 있지만, 평가 내용이 부적절하거나 허위로 작성되더라도 이를 상시 제재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국내 금융회사 약 5천곳을 효율적으로 감독·검사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제도이행평가의 신뢰성을 제도적으로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현장검사 이전 평가 자료를 상시 제출하는 단계에서부터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제재가 가능하도록 제도 정비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실제 FIU는 지난해 8월부터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를 대상으로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 여부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객신원확인(KYC)이나 의심거래보고(STR)가 미흡한 사례들이 다수 적발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간에는 현장검사를 나가야만 위반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제도이행평가가 법제화될 경우 상시 제출 자료를 통해서도 제재가 가능해집니다.
이번 연구용역에서는 허위 자료 입력이나 평가 미참여 기관에 대한 제재 방안이 핵심 검토 대상입니다. 다만 금융위는 소규모 금융회사나 자금세탁 위험이 낮은 회사에 과도한 부담이 가지 않도록 예외 적용과 완화 장치도 함께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위험기반접근법(RBA·Risk Based Approach)에 따라 업권별·규모별 자금세탁 위험도를 비교·분석하고, '소규모 회사'나 '자금세탁 저위험 회사'에 대한 적용 예외 범위를 제시하는 방안이 검토됩니다. 이와 동시에 평가 주기 차등화, 단계적 도입, 평가지표 재설정 등 업무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될 예정입니다.
제재 체계의 '판'도 키웁니다. 금융위는 지난달 30일 자금세탁방지 제재심의위원으로 위촉 가능한 위원 수를 기존 10명에서 2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규정 변경 예고했습니다. 제재심의위원회 개최 횟수와 처리 안건이 최근 크게 늘어난 상황을 반영한 조치입니다.
금융위는 "제재심의위원회 개최 횟수 및 처리 안건 수가 현격히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위촉 가능 위원 수를 확대했다"며 "여러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보다 공정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가상자산 산업의 제도권 편입이 임박한 가운데 가상자산거래소를 사실상 '공공 인프라'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기조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향후 2단계 가상자산법을 통해 거래소의 공적 성격을 명확히 하는 것과 동시에 자금세탁방지 영역에서 은행에 준하는 관리 논리를 구축하는 작업으로 해석됩니다.
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월례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새로 제정하면 거래소들도 인가를 통해 지위와 역할, 책임이 굉장히 강해진다"며 "거래소가 공공 인프라적 성격이 강하므로 그에 상응하는 책임성을 부과하기 위해 소유 분산 규제 등 지분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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