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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가스관 입찰 70년 독점 붕괴…'경제모델전환' 촉매될까?

SBS Biz 김종윤
입력2026.02.02 08:22
수정2026.02.02 08:23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자국 최대 산업재벌 테친트를 공개 비판하면서, 대형 에너지 인프라 입찰을 둘러싼 갈등이 정치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 인포바에와 클라린 등은 1일(현지시간) 이번 사안을 밀레이 정부가 약 70년간 유지돼 온 산업 보호 중심의 경제 구조와 결별을 선언한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했습니다.

논란은 바카 무에르타 가스전과 연계된 가스관 건설 사업 국제입찰에서 아르헨티나 기업 테친트가 사상 처음으로 자국 내 대규모 프로젝트를 인도 업체 웰스펀에 내준 것인데, 이는 테친트가 약 70년간 사실상 지배한 대구경 강관 공급 시장에서 처음 패배한 사례입니다.

해당 사업은 바카 무에르타 가스전에서 리오네그로주 산안토니오 오에스테 항구까지 약 500㎞에 이르는 가스관을 건설하는 '국책 급 민간 프로젝트'로, 향후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인프라 구축과도 연계된 전략 사업으로, 발주처는 YPF, 파나메리칸에너지, 팜파 에네르히아 등이 참여한 민간컨소시엄 '서던 에너지'입니다.

입찰 결과는 가격 차에서 갈렸는데, 웰스펀은 약 2억300만 달러(약 2천9백32억원)를 제시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반면, 테친트 그룹의 시아트-테나리스는 초기 2억9천600만 달러(약 4천2백76억원)를 제시한 뒤 2억8천2백만 달러(약 4천94억원)까지 가격을 낮췄으나, 여전히 웰스펀보다 약 40% 높은 가격이어서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입찰 발표 직후 파올로 로카 테친트 회장은웰스펀이 인도 정부의 보조금, 중국산 저가 철강 사용 등으로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며 반발했는데, 아르헨티나 산업계도 정부가 자국 기업 보호 의무를 저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로카 회장은 "인도중국산 파이프 수입이 확대될 경우 부에노스아이레스주 테친트 발렌틴 알시나 공장의 가동 중단과 대규모 고용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고, 해당 공장은 직접 고용 400명, 간접 고용 1천200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밀레이 대통령은 이를 "기득권의 협박"으로 규정했는데, 그는 지난달 말 사회관계망서비스(X)에 글을 올려 로카 회장을 "비싼 파이프를 파는 고물상"이라고 조롱하며, 이번 입찰 결과를 "기득권 카르텔에 대한 승리"라고 평가했습니다.

테친트 측은 웰스펀이 중국산 저가 철강으로 덤핑하고 있다며 반덤핑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대통령실은 "더 비싼 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자국 제품을 선택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밀레이 정부는 이번 사례를 향후 민간공공 입찰 전반에 적용될 기준으로 보는데,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포바에에 "보호주의에 의존해 온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환 과정"이라며 "비생산적인 일자리는 사라질 수 있지만 새로운 산업과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이를 '슘페터식 전환', 즉 창조적 파괴로 규정하고 있으나, 산업계는 고용 감소와 제조업 기반 약화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부 안팎에서는 "70년간 닫혀 있던 시장이 열렸다"는 평가와 함께, 이 사건이 밀레이식 자유시장 개혁의 성패를 가를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사안이 밀레이 정부의 경제 개혁이 선언을 넘어 실제 집행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자국 대기업 총수를 공개적으로 조롱한 점을 두고 정책 리스크와 소통 방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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