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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 고액 상습 체납 질책 받은 국세청…'하세월' 환급도 도마 위

SBS Biz 이한나
입력2026.01.30 09:40
수정2026.01.31 09:33


국세청이 공정 조세의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한쪽에서는 수조원대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한 징수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국민이 정당하게 돌려받아야 할 국세환급금이 복잡한 절차 속에 방치된 채 국고로 귀속되고 있습니다.



징수에는 소극적이고 환급에는 인색한 행정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국세청이 공정 과세라는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일각에서 제기됩니다.

"입법만 기다릴거냐"…이재명 대통령의 질책
 [사진=임광현 국세청장]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고액·상습 체납자 징수를 위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임광현 국세청장을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국회 입법이 늦다고 어느 세월까지 기다릴 것이냐"며 입법 이전이라도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비상조치를 검토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법과 절차를 이유로 손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현행 제도 안에서 가능한 행정 조치부터 적극 검토하라는 취지입니다.

이에 대해 임광현 청장은 "체납에 대해서 위탁 징수를 저희가 하려면 국가채권관리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압류나 추심을 할 수 있는 강제 징수 절차를 하려면 통합징수법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이 지적한 '행정의 적극성'보다는 법적 근거 미비를 앞세운 기존의 절차 중심 대응을 반복한 셈입니다.

이 대통령의 질책은 입법 미비를 이유로 행정의 손발을 스스로 묶어온 국세청의 태도에 대한 문제 제기로 해석됩니다. 그럼에도 국세청이 여전히 법과 절차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행정기관으로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국세환급에서도 반복되는 소극적 행정

국세청의 이러한 태도는 국세환급금 처리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바로 위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주인을 찾지 못해 국고로 귀속된 국세환급금은 최근 5년 간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환급 대상자가 존재함에도 행정 절차에 막혀 돌려주지 못한 돈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2024년 국고 귀속액은 24억원으로, 2020년 11억원 대비 118% 급증했습니다. 이미 감사원 감사와 국정감사에서 소극적인 환급 행정이 반복적으로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국고로 흡수된 환급금 규모가 오히려 증가한 것입니다.

환급 행정의 문제는 '법에 따른 절차는 지켰다'는 논리 뒤에 숨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체납 징수와 마찬가지로, 국세환급금 처리에서도 국세청이 절차 중심 행정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뒤처진 행정

국세청은 주소지 불명이나 우편물 반송 등을 이유로 매년 수천억 원의 환급금을 '미수령' 상태로 방치하고 있으며, 5년의 소멸시효가 지나면 해당 금액은 국고로 귀속됩니다. 국세청은 법에 명시된 고지 절차를 이행했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디지털 행정 환경에 부합하지 않는 해명입니다.

문자메시지나 모바일 알림 등 즉각적인 안내 수단이 이미 보편화된 상황에서, 여전히 종이 통지서와 주소지에 의존하는 행정은 설득력을 잃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지적처럼, 입법을 기다리기 전에 현장에서 가능한 모든 행정 역량을 동원하는 것이 공정 조세로 가는 최소한의 책무일 텐데요.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 국세청은 '관련 법이 없다', '주소를 알 수 없다'는 변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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