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담합' 4대 은행 과징금 2720억 폭탄...뭘 잘못했길래
SBS Biz 오수영
입력2026.01.21 11:24
수정2026.01.21 14:05
공정거래위원회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 '부동산 담보인정비율 담합' 관련 과징금을 총 2720억1400만원 부과하기로 오늘(21일) 결정했습니다. 2720억원의 과징금은 역대 일곱 번째로 많은 규모이자, '경쟁 제한적 정보 교환' 행위에 따른 첫 번째 제재 사례입니다.
부동산 담보인정비율, LTV(Loan to Value)란 차주가 제공하는 부동산 담보물 가치에 대비해서 그 중 몇 퍼센트까지 은행이 담보대출을 실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로, 은행들은 전국 모든 부동산에 대해 소재지나 종류 별 LTV를 정해두고 필요시마다 조정하고 있습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4대 은행이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에 이르는 각 은행 LTV 정보 전체를 장기간에 걸쳐 수시로 필요할 때마다 서로 교환했습니다.
이번 사건에선 경쟁 제한적 정보 교환 행위 금지 규정이 신설된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2021년 12월 이후의 행위만 제재 대상으로 공정위는 봤습니다. 이번 과징금은 2024년 3월까지 이뤄진 행위에 대해서까지만 매겨졌습니다.
각 은행의 LTV 담당 실무자들은 필요할 때 다른 은행에 요청해서 정보를 제공 받았는데, 당시 법 위반 가능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정보 교환의 흔적을 적극적으로 제거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파악됐습니다.
일례로, 실무자들은 직접 만나서 담보인정비율 정보를 문서(인쇄물) 형태로 받아온 후, 최대 7500개에 이르는 정보를 일일이 엑셀 파일에 입력했으며, 받아온 문서는 파기하기도 했습니다.
또 각 은행의 실무자들은 담당자가 교체되더라도 정보 교환이 중단 없이 계속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은행 별 정보 교환 담당자, 교환 방법 등을 정리해 전·후임자 사이에 인수인계까지 하며 장기간에 걸쳐 정보교환 담합 행위를 실행했다고 공정위는 봤습니다.
4대 은행은 이렇게 제공 받은 타행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활용했는데, 각 은행 모두 자사 LTV를 조정할 때 다른 은행 정보를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세부 기준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결정된 4대 은행 LTV는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농협·기업·부산은행보다 2023년을 기준으로 평균 7.5%p 낮게 형성됐습니다. 특히, 공장·토지 등 기업대출과 연관성이 큰 비주택 부동산의 LTV 평균은 차이가 더 큰 8.8%p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4대 은행 고객들은 거래 은행 선택권이 제한되는 피해를 봤다고 공정위는 판단했습니다. 4대 은행은 부동산 담보 대출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합니다.
이에 공정위는 총 2720억1400만원, 각 은행별 부동산 담보 대출 이자수익 중 은행의 LTV 담합 행위로 영향을 받은 이자 수익 총 6조8000억원을 관련 매출액으로 산정하고 일정 비율(4%)을 적용해 과징금을 매겼습니다. 은행별로는 515억~869억원 가량이 부과됐습니다.
다만, 공정위는 정부에서 정한 LTV가 적용된 대출 거래는 거래 조건이 똑같을 수밖에 없어 담합의 효과가 사실상 없다고 보고, 이를 통해 발생한 이자 수익은 관련 매출액에서 제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초 최대 2조원으로 추정되던 과징금의 규모가 대폭 줄어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번 과징금 결론은 지난 2023년 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금융사의 과도한 지대 추구를 막을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이후 공정위 조사와 재조사 등을 거쳐 3년여 만에 나온 결론입니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4대 은행이 대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담합했다"면서 "대출 리스크를 줄이려면 대출금액을 줄여야 하는데, 차주가 원래 빌리고 싶은 금액이 1억원이었는데 4대 은행의 담합에 따라 이 은행들에서는 9000만원까지만 빌릴 수 있었던 사례들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공정위 결정에 대해 4대 은행은 "1~2개월 내 의결서 수령하면 구체적 내용 확인해 행정소송 등 필요한 법적 절차 밟아 입장 소명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단순 정보 교환을 담합으로 규정한 부분에 대해 법리적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4대 은행 관계자들은 부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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