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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불황 없다고?…가방값 올려도 '이건' 못 올려 [취재여담]

SBS Biz 우형준
입력2026.01.14 11:51
수정2026.01.14 12:10


새해 벽두부터 명품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섰습니다. 샤넬은 인기 핸드백 가격을 약 7.5% 올리며 2천만원대에 진입했고, 에르메스 역시 신발·가방·액세서리 등의 가격을 5% 안팎 조정했습니다. 명품업계는 공통적으로 유로화 환율이 1700원대까지 치솟은 점을 인상 배경으로 꼽습니다. 그런데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뷰티' 입니다.

가방값은 올렸지만…뷰티만큼은 시장 눈치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가격 인상에서 샤넬 뷰티 제품은 제외됐습니다.

한때 '스몰 럭셔리' 수요 확산의 최대 수혜주였던 뷰티 제품군이지만, 최근 소비 둔화로 가격 인상 여력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입니다.

실제 향수 가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샤넬 알뤼르 옴므 50ml의 국내 판매가는 13만4000원, 유럽 가격(95€)을 1700원대 환율을 적용하면 약 16만3000원 수준입니다. 국내 가격이 약 18% 저렴한 셈입니다.

이는 이번에 인상된 샤넬 인기 핸드백들이 유럽 실구매가보다 10% 이상 비싸진 것과는 뚜렷한 대조를 이룹니다.

예컨대 샤넬 클래식 11.12 백(램스킨·골드 메탈·블랙)은 같은 환율을 적용해도 국내 가격이 유럽보다 약 3% 높고, 세금 환급까지 고려하면 격차는 10% 안팎으로 벌어집니다.

안 팔리니 못 올릴 수밖에…명품뷰티 찬밥
이 같은 차이의 배경에는 럭셔리 뷰티에 대한 국내 수요 둔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샤넬의 대표 향수 코코 마드모아젤(100㎖)은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국내 한 창고형 매장에서 정가(28만4000원)보다 30% 내린 20만원에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메종 마르지엘라 역시 지난해 향수 가격을 약 1.9% 인상했지만, 최근에는 10% 넘는 할인 판매에 나섰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뷰티 제품은 유통기한이 짧아 재고 관리 부담이 크다"고 설명합니다.

수치에서도 변화는 확인됩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VMH 화장품을 국내에서 수입·유통하는 엘브이엠에이치코스메틱스의 매출 증가율은 2023년 25%에서 2024년 6%로 크게 둔화됐습니다.

영국 화장품 브랜드 샬롯틸버리는 지난해 말 국내 온라인 판매를 종료했고, 발렌티노 뷰티도 2022년 국내 론칭 이후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불황 속에서 젊은 소비자들이 가성비 높은 국내 인디 화장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지난해 K-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2.3% 늘어난 114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특히 향수 등 방향 제품류 수출은 46.2% 증가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뷰티 시장에서는 대형 브랜드보다 소규모 브랜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며 "화장품과 향수는 다양하게 시도하려는 소비 성향이 강해 해외 명품보다 한국 화장품이 소비자 니즈를 더 세밀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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